현대차 i30·벨로스터 국내서 단종
SUV에 밀려...벨로스터 N만 유지
재고차량 최대 355만원 할인 판매
국산 대표 해치백 모델 현대자동차 'i30' '벨로스터'가 수요 감소로 국내에서 단종한다. 이달부터 신규 주문을 중단하고 재고를 소진하는 대로 단종 수순을 밟는다. 두 모델 단종으로 경차 등 일부 차종을 제외한 국산 해치백은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게 됐다.
9일 현대차 영업 관계자에 따르면 현대차는 이달부터 i30와 벨로스터 내수용 신규 주문을 받지 않고 있다. 재고 소진 시까지만 판매를 계속한다. 다만 계약이 꾸준한 벨로스터 고성능 모델 '벨로스터 N'은 단종 없이 계속 판매한다. 수출용도 생산과 판매를 이어간다.
국내 단종의 가장 큰 이유는 판매 부진이다. 2019년 i30는 국내에서 1427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3225대) 대비 55.8% 감소했고, 벨로스터(N 포함)는 2175대로 48.9% 줄었다. 올해 들어 5월까지는 i30 219대, 벨로스터 870대에 그치며 하락세가 지속됐다.
i30와 벨로스터는 '해치백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국내 자동차 시장 트렌드 변화에 직격탄을 맞았다. 주요 타깃으로 삼았던 2000만원대 차량을 구매하는 젊은 소비층을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빼앗기면서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었다. 앞서 한국지엠이 국내에서 생산한 쉐보레 '아베오', 르노삼성차가 수입해 판매한 르노 '클리오' 등도 비슷한 이유로 단종됐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5월까지 SUV는 27만여대가 등록되며 전년 동기 대비 3만여대 늘었으나 해치백은 4만4000여대로 6000대 이상 줄었다. 시장 규모가 작은 데다 판매까지 감소세다. 두 모델이 단종되면 국산 해치백은 쉐보레 '스파크', 기아차 '모닝', 'K3 GT'만이 명맥을 유지하게 된다.
현대차는 이달 i30와 벨로스터의 빠른 재고 소진을 위해 구매 혜택을 크게 강화했다. i30는 재고 차량을 생산 월에 따라 최대 315만원 할인하며, 벨로스터 역시 최대 355만원을 할인해 판매한다.
현대차는 i30와 벨로스터 국내 단종 이후 빈자리를 '벨로스터 N' '아반떼 N라인' 등 마니아층을 위한 고성능 모델로 메울 전망이다. 운전의 즐거움을 강조한 '펀카'로 틈새시장을 공략한다.
벨로스터 N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우수한 고성능 해치백으로 마니아층에 상품성을 인정받으며 꾸준한 수요를 끌어내고 있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 4월 말 벨로스터 N에 8단 습식 더블 클러치 변속기를 추가하고 수동변속기 모델 상품성을 개선한 2020년형 모델을 출시했다.
아울러 올 하반기 출시를 앞둔 아반떼 N라인이 기존 i30 N라인 수요를 대체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아반떼 N라인은 고성능 N 디자인과 파츠를 적용하면서 합리적 가격을 갖춘 대중적 준고성능 모델을 지향한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차종을 제외하면 국산 해치백 모델이 사실상 단종되면서 향후 국내 승용차 시장은 SUV와 세단이 양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