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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는지 잘 모르겠어요.” 젊은이의 한마디가 섬뜩하다. 심각한 결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로 가뜩이나 경제 사정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사회적 거리 두기 등으로 심리 불안이 증폭되고 있어 단순한 걱정거리 이상이다. 자살 시도가 4만건이 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자살률 1위의 오명을 듣고 있는 우리나라는 국민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구직이 어려워서 우울한 청년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스위스, 일본 등에서 시행한 정신건강 관리체계 구축과 함께 좌절이나 고통을 치유할 희망바이러스로 건강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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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바이러스의 원천은 당연히 '미래에 대한 꿈'이다. 꿈이 없는 삶은 목적지 없이 출항한 배에 승선한 격이다. 정부가 재정 고갈의 위험을 무릅쓰고 3차 추가경정예산을 준비하는 이유도 최소한의 경제가 국민의 꿈을 연장할 수 있는 최후의 승부처라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그 가운데 어떤 어려움에도 절대 놓지 말아야 할 끈은 '청년의 꿈'이다.

청년의 꿈은 마음껏 일할 수 있는 환경에서 시작한다. 정부가 시행하는 희망통장이나 일부 정치권에서 주장하는 청년청 신설이 그들에게 꿈을 돌려준다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경제 난국을 극복하기 위해 최저임금으로 단기 일자리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가능하지도 않다. 디지털 뉴딜로 경제 복구와 미래 대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정책은 단순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하도록 지원하는 방법보다 훨씬 낫지만 근본 해결책은 아니다. 원하는 일을 하면서 삶을 즐길 수 있도록 일자리를 기획하고, 국가경제가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 성적에 맞춰 전공을 정하고, 어디든 취업의 문을 열기 위해 허덕이는 대학 풍토를 개선해야 한다.

딱 그만큼, 일한 만큼 보상받을 수 있는 정의로운 세상에서 건강한 꿈을 키울 수 있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 이후 전산가옥 불하와 정경유착으로 성장해 온 대기업 일색의 경제발전 가도를 달려 왔다. 과거는 국가경제 발전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해도 지금처럼 대기업의 갑질과 횡포가 만연하는 이상 경제정의 실현은 불가능하다. 일을 안 해도 부자의 재산으로 모두에게 나눠 주는 공산주의 체제보다 일한 만큼 보상을 받아 삶을 즐기는 자본주의가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다. 정부는 일할 수 없는 노동 취약계층을 철저히 보살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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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에게 서로 믿고 함께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그것이 실생활이든 사이버 공간이든 중요치 않다. 적어도 정부와 지도층의 기본 신뢰는 전제돼야 한다. 국민이 정부 발표를 믿지 못하고 인터넷 괴담을 찾아 떠도는 사회는 병들어 있다. 일부 지도층이 편법 증여와 불법을 이유로 논쟁을 벌이는 동안 국가 신뢰는 서서히 망가지기 마련이다. '나는 문제가 없다'는 주장만으로는 지도자가 될 수 없다. 사회가 그를 인정해야 한다. 인터넷 피싱과 사기가 난무하고 부정행위를 우려해 원격시험 시행에 머뭇거리는 우리의 현실이 안타깝다. 사회신뢰 구축은 나만이 할 수 없는 우리의 과제다.

코로나19 사태로 경제와 사회가 무너지고 국민은 우울해 한다. 이 사태가 장기화되면 우울과 탈진으로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도 있다. 돈도 중요하지만 청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돌려줄 수 있는 나라, 일할 만한 가치가 있는 나라를 만들 정책과 협력이 필요하다. 물론 이를 수용하는 청년들의 화답으로 성공 가능한 일이다.

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