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넛지' 필요한 공유킥보드 주정차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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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넛지'(nudge)의 사전 의미는 '팔꿈치로 쿡쿡 찌르다'를 의미한다. 행동경제학에서는 강제하지 않고 행동을 유도한다는 의미에서 '자유주의적 개입주의'라고 정의한다. 국내에는 리처드 세일러 시카고대 교수가 쓴 동명의 책 '넛지'로 잘 알려진 개념이다. 넛지라는 용어는 몰라도 '남성용 소변기 중앙에 그려진 파리'는 대부분 잘 아는 이야기다. 소변을 볼 때 무의식적으로 파리를 조준하게 유도해서 화장실 청결에 기여한 사례다.

공유 전동킥보드 주차 문제가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냥 두자니 인도 통행 및 건물 출입을 방해하고 규제하자니 서비스 핵심 장점의 하나를 묶는 문제가 생긴다. 정부는 주차 가능 구역을 특정하거나 무단 주차 단속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계속 정책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효과야 즉각 나타나겠지만 업계의 반발과 부작용도 그에 못지않다.

주차 문제는 운영업체를 압박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민원이 발생한 주차 대부분은 이용자가 부적절한 위치에 반납한 경우다. 이용자의 성숙한 시민 의식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운영업체에서도 할 수 있는 조치는 제한적이다. 더군다나 국내 전동킥보드는 20만대 정도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업체가 공유킥보드로 운영하는 규모는 전체에서 10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다만 제대로 된 주차 사례를 살펴보면 공통점이 있다. 이용자 시야 안에 잘 정렬된 공유킥보드가 보이면 그 옆에 나란히 주차한다. 다른 운영업체에서 설치한 킥보드 거치대가 보여도 주차 정비 효과가 커진다. 서울 송파구는 올해 전동킥보드 주차존 시범설치 사업을 시작했다. 지하철역 인근 인도에 그려진 주차존으로 자연스럽게 주차가 집중되기 시작했다. 소변기 중앙에 그려진 파리를 조준하듯 하얀 페인트로 표시된 주차존으로 널브러져 있던 공유킥보드가 모여들었다. 인센티브나 단속 없이도 효과를 본 사례다.

최근 일부 업체는 이용자가 킥보드 반납 시 사진을 함께 찍도록 권장하고 있다. 수거팀이 찾기 쉽도록 킥보드 반납 위치 정보를 추가로 알려 달라는 것이 원래 목적이다. 그러나 사진을 찍는 과정에서 이용자는 주차 위치가 괜찮은지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이처럼 작은 아이디어가 모여서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 관행적인 캠페인 대신 킥보드 문제 해결을 위해 국민에게 기발한 발상을 공모해 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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