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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

코스피 2000 탈환을 앞둔 국내 증시가 미·중 갈등으로 2000선 벽을 넘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그동안 경기지표와 증시간 격차가 커지면서 증시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컸지만 미국 50개주가 경제 재가동을 시작하면서 실물경기 정상화 기대감이 커졌고 중국 정부가 양회에서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예상이 추가 지수 상승 기대감에 불을 지피고 있다.

이달 증시 전문가들은 악화된 경기지표 대비 증시가 지나치게 상승했다는 우려를 지속 제기했다. 전통적으로 '5월엔 팔라(Sell in May)'는 주식 격언이 있지만 개인 순매수세와 이에 따른 증시 상승세는 4월에 이어 5월에도 이어졌다. 이 때문에 주가 밸류에이션이 커지면서 조정 장세가 시작될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주를 이었다.

다만 조정 폭이 깊지 않다는 견해가 주를 이룬다.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증시가 폭락했던 수준이 아닌 단기 조정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19가 기업 1분기 실적보다 2분기에 더 큰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되고 그 폭도 아직 가늠하기 힘들지만 백신 개발과 경기 정상화 기대감이 증시 부양을 계속 견인하는 축이 되는 상황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미국이 다소 이른 시기에 경기재개를 시작한 만큼 코로나19가 다시 확산되면 증시가 다시 급락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미국 50개주가 경기재개에 나선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경제 조급증으로 인한 것일 수 있다”며 “팬데믹이 다시 시작되면 최근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는 상황도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또 “이런 상황은 결국 최근 증시 상승이 국내외 정부 정책과 치료제 개발 기대감에 따른 사상누각과 다름없는 것을 보여준다”며 “코스피 2000을 경계로 시장이 단기 숨고르기로 바뀔 가능성을 염두해야 한다”고 봤다.

미국과 중국간 갈등은 최근 증시 상승에 최대 걸림돌로 떠올랐다. 미국과 중국이 코로나19 책임을 놓고 날카롭게 설전을 벌이고 있는데다 미국 상원이 중국기업이 미국 증시에 상장하는 것을 막거나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모집하지 못하게 막는 '외국기업책임법'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것도 악영향을 끼쳤다.

중국이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을 강행한 것도 갈등을 증폭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최대 리스크 중 하나는 미·중 무역전쟁 재개”라며 “하반기 미국 대선과 맞물려 트럼프가 공세를 높이겠지만 양국 모두 경제 문제 때문에 부담스러운 상황이어서 극단적 갈등으로 치닫는 상황까지는 가지 않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SK증권은 5월과 6월 코스피가 2000~2100 밴드 사이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반기 전체 밴드는 1800~2300선으로 예상했다. 이미 경기침체와 실적부진 영향이 주가에 반영됐고 경기 부진이 가시화될수록 정책 지원으로 이를 상쇄하는 시도가 이어지는 만큼 증시 하단을 지지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