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백화점이 자체 스킨케어 브랜드를 출시, 화장품 시장에 뛰어든다. 패션뷰티 자회사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아닌 백화점이 기획부터 생산까지 주도한 첫 화장품 PB상품이다. 앞서 롯데백화점이 화장품 시장에 진출했다 실패한 선례가 있는 만큼 신세계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

21일 신세계백화점은 오는 22일 기능성 스킨케어 브랜드 '오노마'를 선보인다고 밝혔다. 브랜드 기획부터 제조까지 백화점을 운영하며 쌓아온 노하우를 집약한 첫 뷰티 브랜드다. 자체 화장품 편집숍 시코르와 온라인몰 SSG닷컴에서 판매를 시작한다.
지금까지 신세계 화장품 사업은 신세계인터내셔날이 도맡아왔다. 비디비치와 연작을 잇달아 성공시킨 경험도 풍부하다. 그러다 신세계인터를 이끈 차정호 대표가 지난해 연말 인사를 통해 신세계백화점 수장을 맡게 되면서, 백화점 주도의 화장품 브랜드 론칭 작업에 속도가 붙었다.
특히 이번에 선보인 '오노마'는 계열사 도움 없이 신세계백화점이 주도한 화장품이다. 상품 제조도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자회사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가 아닌 경쟁사 코스맥스와 손잡았다.
신세계 관계자는 “오노마는 백화점을 운영하며 쌓아온 경험과 철저한 시장분석을 바탕으로 탄생한 브랜드”라며 “'백화점 소비자는 백화점이 가장 잘 안다'는 말처럼 오직 고객이 원하는 화장품을 만드는데 집중했다”고 강조했다.
국내 프리미엄 스킨케어 시장은 연평균 10%씩 성장하며 1조50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국내 전체 화장품 시장 규모도 15조원에 달한다. 신세계백화점은 제조와 유통, 판매, 마케팅 등 모든 브랜드 운영을 직접 담당함으로써 품질과 가격에서 차별화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계산이다.

다만 전문성이 요구되는 화장품 사업에서 백화점이 주도한 브랜드의 성공이 녹록지 않다는 우려도 높다. 앞서 업계 최초로 PB 화장품 시장에 진출한 롯데백화점의 경우 2년 만에 사업을 포기한 바 있다. 롯데백화점은 2016년 PB 화장품 '엘앤코스'를 론칭하고 야심차게 뛰어들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시장에서 철수하는 아픔을 겪었다. 현재는 뷰티 편집숍을 화장품 소싱과 유통, 마케팅만 담당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역시 최근 패션 계열사 한섬이 기능성 화장품 전문기업을 인수, 화장품 시장에 가세했지만 백화점 자체 화장품 사업은 진행하지 않고 있다. 수많은 국내 화장품 전문업체는 물론 해외 브랜드까지 즐비한 만만치 않은 경쟁 시장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신세계백화점은 자신만만이다. 뷰티 편집숍 '시코르' 매장을 5년간 운영하며 쌓아온 경험과 자회사 신세계인터내셔날에서 브랜드 운영 노하우도 전수받을 수 있다는 기대다. 특히 그간 패션·잡화 영역에서 PB 사업을 성공시킨 경험도 자신감으로 작용했다.
실제 직접 제작한 프리미엄 여성복 '델라라나'는 50% 매출 신장률을 기록하며 연매출 1000억원의 메가 브랜드로 도약을 앞두고 있다. 이 외에도 아디르(주얼리), 언컷(란제리), 일라일(컨템포러리) 등 연달아 선보인 패션잡화 PB도 시장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김영섭 신세계백화점 상품본부장은 “신세계만의 유통·브랜딩 노하우를 바탕으로 신규 스킨케어 브랜드 오노마를 적극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