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CP에 서비스 안정 의무 부과
접속경로 무단 변경 행위 안전판 확보
국내 대리인 둬 이용자 보호해야
본회의 넘어 21대 국회 바통 이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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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가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의 망 이용대가 납부 거부와 국내규제 미준수 등 역차별 해소를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전체회의에서 의결했다.

일각에선 실질적 규제 수단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평가절하한다. 하지만 반복되는 글로벌 CP와 국내 CP 역차별 해소를 위한 원칙을 명시한 최소 규제 근거를 법률로 확보한 건 전례 없는 분명한 성과다.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 의결로 법률 개정을 완료하고, 21대 국회 역시 문제의식을 이어받아 법률 개선 논의를 지속해야 한다.

◇글로벌 CP도 서비스 안정 책임

과방위가 의결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핵심은 글로벌 CP에 서비스 안정성을 유지할 의무를 부과한 것이다. 이용자 수, 트래픽 양 등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부가통신사업자에 서비스 안정수단 확보, 이용자 요구사항 처리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의무화했다.

핵심은 '서비스 안정 수단' 확보다. 기존 전기통신사업법(56조)에도 '전기통신사업자는 제공하는 전기통신역무 품질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조항이 존재하지만, 개정안은 글로벌 CP 등 부가통신사업자로 적용대상을 특정하고, 의무도 강화했다.

글로벌 CP가 접속경로를 변경하는 등 서비스 품질을 제어하는 방식으로 통신사와 망 이용대가 협상에서 지렛대로 삼는 행위를 방지할 근거 조항이 마련된 것으로 평가된다.

앞서 서울행정법원은 방송통신위원회와 페이스북 간 행정소송에서 1심 법원은 페이스북 접속경로 변경으로 인한 속도 저하 현상 등 이용자 피해를 일부 인정했다. 하지만, 법률상 CP의 서비스 품질관리 책임을 규정한 조항이 없다는 점을 이유로 페이스북 손을 들어줬다. 이후 유사한 사례가 발생할 경우 방송통신위원회와 법원이 규제 또는 판결 근거로 삼을 수 있게 됐다.

다만 국회는 당초 '서비스 품질 유지의무'라는 구체 용어를 제안했지만, 논의 과정에서 CP 진영 반발을 의식해 '서비스 안정성'이라는 다소 범위가 축소된 용어로 대체했다.

그럼에도 접속경로 무단변경과 같은 행위를 막을 안전판을 확보하기에는 충분한 것으로 평가된다.

개정(안)은 대형 글로벌 CP가 이용자에게 서비스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수단에 대한 구체 기준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대통령령(시행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구체 수단으로 정당한 망 이용대가 납부를 통한 회선용량 증설, 캐시서버 설치 등 서비스 안정화에 대한 실효성을 가질 수 있도록 의무를 부과하는 일은 과제다.

◇글로벌 CP도 이용자 보호 대리인 둬야

글로벌 CP의 이용자 보호 의무도 강화된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국내에 주소 또는 영업소가 없는 부가통신사업자(글로벌CP)도 사업 규모가 일정 수준 이상을 초과할 경우 국내 대리인을 지정하도록 명시했다.

국내 대리인 핵심 역할은 이용자 보호 업무다. 대리인은 법률에 근거해 이용자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이용자로부터 제기되는 정당한 의견이나 불만을 즉시 처리해야 한다. 즉시 처리하기 곤란한 경우에는 이용자에게 사유와 처리 일정을 알려야 한다. 방통위는 글로벌 CP 이용자 보호 업무를 평가한 후 결과를 공개할 수 있다. 대리인은 방통위가 필요로 하는 자료도 제출해야 한다.

글로벌 CP의 실질적 국내 소통 창구를 마련, 이용자 보호 업무 효율을 높이고 소요되는 기간을 단축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에도 대리인제도가 존재했지만, 개인정보보호 업무에 한정됐다. 서비스 속도·품질 저하를 비롯해 이용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 전반에 대해 이용자가 대리인을 통해 민원을 제기할 수 있게 되면서 해결 시간을 줄일 수 있다.

다만 실효성 문제는 여전한 한계다. 글로벌 CP는 국내에 지사가 있음에도 중요 문제는 본사와 해결하려는 경향이 뚜렷하다. 방통위는 구글의 위치정보 무단이용, 페이스북 개인정보 유출, 넷플릭스 망 이용대가 분쟁 등에서 본사를 조사하느라 오랜 시간을 소요했다. 국내 대리인을 두고도 형식에 그친 채 제대로 된 업무를 하지 않는 경우에 대비한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

◇21대 국회가 이어가야

과방위를 통과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법제사법위원회 심사와 본회의 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되는 과정이 남았다. 여야 합의를 거쳐 법률 개정을 위한 8부 능선을 통과했지만 마지막 관문인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 개최 일정이 여야 간 정치 갈등으로 인해 개최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20대 국회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상임위가 합의한 개정(안)은 확실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비등하다.

글로벌 CP와 국내 CP 역차별 해소 관련 법률(안) 중 실질 규제 수단을 포함한 다수 법률(안)은 과방위 전체 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20대 국회에는 글로벌 CP 국내 서버 설치를 의무화와 전기통신사업법 금지행위에 망 이용대가 불공정계약 행위를 추가하는 등 구체적 규제 수단을 규정한 법률(안)이 다수 발의됐다. 하지만 이 같은 법률 개정(안)은 국회에서 상당한 공감대를 형성하고도 시간 부족으로 20대 국회에서 통과가 무산, 글로벌 CP 서비스 안정화 의무, 대리인 지정 등 규제 원칙을 천명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N번방 사태와 같은 불법정보유통을 방지하기 위해 글로벌 CP에도 국내 사업자와 똑같은 의무를 부과하는 '역외규정'을 도입하고 불법정보 유통문제를 전담하는 대리인을 두는 제도 또한 논의 끝에 최종 전체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21대 국회 개원에 발맞춰 즉각 재논의가 가능하도록 핵심 법률(안)으로 선정, 조속한 재발의가 필요하다.

국회 관계자는 “법률 개정을 통해 CP를 규제 대상에 포괄하도록 한 것은 상당한 성과”라며 “망 이용대가 무임승차 등 역차별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서는 21대 국회가 추가적 논의를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