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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폭풍이 지나가고 우리 인류는 이전과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살게 될 것이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에 기고한 유발 하라리 교수의 글이 화제다. 올해 초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여파로 인류는 지금껏 체감하지 못한 새로운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각국은 감염 차단을 위해 이동 제한을 시행했다. 기업은 재택 및 원격근무, 개인은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는 등 언택트(비대면) 중심 생활 방식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정착됐다.

우리 정부도 위기 속에 과감하고 빠른 결단력으로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제2차 ICT비상대책 회의'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기술 역량을 총동원해 코로나19 이후 대응에 적극 앞장서겠다고 발표했다. 이제 우리는 불확실성과의 싸움을 시작했으며, 미래 변화를 예측하고 대응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과학기술계의 사명과 역할이 요구된다.

첫째 '사이언스 오블리주' 실천이 필요하다. 코로나19 발병 초기에 민·관 협력으로 약국 내 마스크 재고 확인이 가능한 '마스크 알리미'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 국민의 두려움과 불편을 해소시킨 바 있다. 전문성만 강조하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공익과 국가 생존을 위한 노력이 과학자의 책무 가운데 하나가 된 것이다. 실제로 제4차 과학기술기본계획에서 제시한 과학기술 국민 이해도 조사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72.8%가 과학기술이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할 것으로 평가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연구자가 국가 위기와 사회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국민과 적극 소통하며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둘째 언택트 시대를 위한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이 요구된다. 세계경제포럼(WEF·일명 다보스포럼)의 '2016년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는 미래사회 필수 역량으로 디지털 리터러시를 강조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 침체 속에서도 온라인 커머스, 원격교육, 배달·배송 산업 등은 오히려 발전하고 있다. 빅데이터, 인공지능(AI)에 기반을 둔 비대면 기술이 사회 전반에 적용되면서 우리 정부도 비대면 ICT 산업을 적극 육성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다만 201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디지털 세상에서의 번영' 보고서에는 한국의 중장년층 디지털 역량이 다른 가입국에 비해 부족한 것으로 평가됐다. 디지털 전환 가속화에 따라 발생하는 정보 격차와 사회 불평등은 과학기술을 통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셋째 '공동·융합연구'를 위한 협력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한국, 미국, 일본 등 6개국 이상이 참여하는 코로나19 감염사례 조사를 위한 국제 공동연구를 추진하고 있으며, 가능한 많은 코로나 바이러스 항체 데이터 수집을 위해 국제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더욱 다양하고 복잡해질 경제·사회·기술 전반에 대한 문제를 개별 단위 기술로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공동의 목표 달성을 위해 연구 분야·주체별 긴밀한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오픈 사이언스 플랫폼이 활성화돼야 한다.

경제학자 나심 탈레브는 “인간은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과거의 경험을 근거로 판단할 수밖에 없고, 예상치 못한 사건은 언제든 벌어질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런 순간을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과학기술인에게 코로나19 사태와 같이 예측 불가능한 미래에 대비한 통찰력, 위기를 기회로 만들 결단력이 더욱 필요해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KIRD)은 분야별로 교육서비스 혁신을 준비하고 있다. 먼저 연구자의 사회적 책임의식과 전략적 의사결정 역량 강화와 함께 디지털 트렌스포메이션을 주도할 수 있는 교육 과정을 제공하고자 한다. 연구자를 위한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구축을 통해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는 상호교류의 장을 제공할 예정이다. 앞으로도 KIRD는 과학기술인이 지식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키고 가치 있는 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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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귀찬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 원장

박귀찬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장 pkc68@kird.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