팹리스 'MPW' 지원 대폭 확대…시스템반도체 생태계 강화

산업부, 내년까지 연간 20억 예산 배정
이달 중순부터 30여개 팹리스 선정 예정
제품 양산 전 성능 확인…개발비 부담↓
업계 "현장 이해하고 만든 지원책" 반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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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인치 웨이퍼와 반도체 연구원. 박지호 기자 jihopress@etnews.com

정부가 시스템반도체 생태계 육성을 위해 국내 팹리스 업체의 멀티프로젝트웨이퍼(MPW) 제작 비용을 적극 지원한다. 업체들의 제품 개발 비용 부담을 덜어 주면서 전도유망한 시스템반도체 제품군을 빠르게 발굴하겠다는 취지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국내 팹리스 업체들이 국내외 파운드리에서 자유롭게 MPW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예산 지원을 확대한다.

이번 사업은 정부가 지난해 4월 말 시스템반도체 산업 육성을 선언한 이후 반도체설계지원센터를 설립하면서 함께 진행하는 사업이다.

MPW는 말 그대로 웨이퍼 위에 다양한 프로젝트성 반도체를 찍어 내는 것이다. 여러 업체의 다양한 제품을 한 웨이퍼로 만들어 낸다. 반도체를 위탁생산하는 파운드리 업체들이 MPW 서비스 시행 기간을 공고하면 팹리스 업체가 생산을 의뢰해 만들어진 시제품을 받아 보는 방식이다.

팹리스 업체에는 양산 전에 제품 성능을 가늠해 볼 수 있어 유용하고, 파운드리 업체는 잠재된 고객사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한국반도체연구조합 설문에 따르면 통상 국내 팹리스들은 시제품 칩을 연간 2개 만든다. 그러나 칩당 개발 비용이 만만치 않아 정부가 시스템반도체 업체 육성을 위해 MPW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그렇지만 MPW를 단독 지원하는 예산은 최근 수년간 없었다. 정부가 지난해 1억2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삼성전자와 한국반도체연구조합이 시범사업으로 진행했지만 제한된 공정 포트폴리오로 팹리스 참여도가 저조했다. '팹이 없는' 팹리스에 팹 제한을 두는 것은 비효율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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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30일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열린 삼성전자 시스템 반도체 비전 선포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종합 반도체 강국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그러나 올해 지원책은 이전 시범사업보다 규모가 상당히 늘고 방식도 유연해졌다. 가장 큰 특징은 팹리스 업체들이 각사 제품과 개발 방향에 적합한 파운드리 업체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지난해 시범사업에서는 팹리스 업체가 삼성전자 파운드리 MPW 공정 일부를 이용했을 때만 지원금을 받았지만 올해는 정부가 직접 선정된 팹리스에 예산을 지원한다. 대만 TSMC, UMC 등 세계적인 팹의 다양한 설계자산(IP)을 이용하면서도 예산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정부는 내년까지 예산을 연간 20억원 배정한다. 공정한 심사를 거쳐 MPW가 필요한 팹리스 30여개를 선정하고 진행 비용의 약 70%를 지원한다. 또 14나노미터(㎚)~0.18마이크로미터(㎛) 공정까지 폭넓게 지원한다. 정부는 이달 중순께 업체 선정을 시작할 예정이다.

팹리스업계는 반색했다. 한 팹리스 업체 대표는 “정부가 시스템반도체업계를 잘 이해하고 지원책을 만들었다는 느낌이 든다”고 환영했다.

특히 팹리스 업체들의 제품 개발 부담이 줄어들수록 파운드리와 디자인하우스 등 국내 시스템반도체 생태계 전반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는 업계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또 국내 팹리스 업체들의 경쟁력을 기르고 삼성전자 등 국내 파운드리 팹들도 핵심 설계자산(IP) 개수를 늘리며 차츰 국내 업체와의 협력도 늘려나갈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김휘원 한국반도체연구조합 연구지원본부장은 “시스템반도체업계는 모든 분야가 엮여 있는 것이 특징”이라면서 “향후 설계와 생산 모두 국내 업체끼리 불편함 없이 협력하는 환경이 될 수 있도록 각 분야의 맞춤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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