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 8일 변론기일 열어
양측 5개월간 법리 치밀하게 연구
전문가, 이용제한 최대 쟁점 예상
전기통신사업법 제정 배경도 이슈
방송통신위원회와 페이스북 간 행정소송 2심이 5개월 만에 재개된다. 페이스북의 접속경로 변경이 초래한 '이용제한'에 대한 해석과 행정기관으로서 방통위의 규제권한 등 새로운 쟁점이 부상할 전망이다.
서울고등법원 행정10부는 8일 방통위가 페이스북을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 항소심 두 번째 변론기일을 진행할 예정이다.
사실상 첫 2심 재판으로, 양측은 기초 주장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한다. 양측 변호인은 1월 1차 변론기일 이후 코로나19와 법원 인사로 재판이 지연되는 5개월간 법리를 치밀하게 연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와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는 전기통신사업법의 이용제한에 대한 해석이 2심에서도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방통위는 페이스북 접속경로 변경이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행위(50조) 중 '이용 제한'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페이스북을 징계했다.
1심 재판부는 이용 기간·방식 등에 한계를 두지 않고 원칙적으로 서비스 이용 자체가 가능한 상황에서, 이용이 지연되거나 이용에 불편을 초래한 경우는 '이용 제한'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는 이용자 관점이 빠져 있다는 지적이다. 방통위는 이용자가 실질적으로 제한으로 느꼈는 지를 법원이 판단하도록 추가 증거와 증인을 확보해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법리적으로도 이용 제한에 대한 새로운 명확한 개념을 제시하는 게 관건이다.
2심에서는 통신사와 콘텐츠제공기업(CP)의 부당한 이용제한을 금지행위로 규정한 전기통신사업법 제정 배경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전기통신사업법은 1990년대까지 시장에서 우월적 지위가 명확했던 네트워크 보유사업자를 위주로 규제했다. 하지만 2010년대부터 CP 시장 지위가 급상승하면서 불공정·이용자 피해 행위에 대한 규제 필요성이 대두됐다.
CP의 불공정·이용자 행위 유형은 기술 변화 흐름과 맞물려 다양하게 나타나므로 유형을 세세하게 규정한 사전규제보다 '이용제한'이라는 원칙을 바탕으로 사후규제가 효과적이다. 방통위 상임위원이 법률상 지위에 따라 사후적으로 판단해 결정하도록 법률 절차상 명시됐다.
방통위원은 행정기관으로서 법률과 양심에 근거해 금지행위 위반 여부를 판단했으므로, 행정효력 역시 존중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맞서는 페이스북은 방통위 근거를 논박하는 동시에, 행정 제재는 최대한 구체적 법률을 기반으로 엄밀한 증거에 기반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페이스북은 통신사와 망 이용대가 협상 과정에서 접속경로를 변경했다. 통신사는 시장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접속경로를 변경했다고 의혹을 제기했지만, 페이스북은 서비스 효율화를 위한 결정이었다고 반박한다.
2심 재판부가 1심 판결을 뒤집을 경우, 글로벌 CP가 망 이용대가 협상과정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접속경로 변경 등 서비스 품질에 영향을 끼치는 행위 전반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통신사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등 망이용대가 분쟁이 가열된다”며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페이스북 접속경로 변경에 대해 시정조치와 과징금 3억9600만원을 부과했지만, 서울행정법원은 전기통신사업법상 '이용 제한'이 아니고 그 정도도 현저하지 않았다는 페이스북 주장을 받아들여 행정제재 취소를 명령했다.
방통위 페이스북 행정소송 재개 쟁점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