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코로나19 여파에도 분기배당을 예정대로 진행한다. 글로벌 기업이 현금 유동성 확보를 위해 대표적 주주가치 제고 방안인 배당과 자사주 매입 중단을 발표한 것과 대조적이다.
다만 2분기부터 코로나19 영향이 본격화되는만큼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중간배당을 앞둔 국내 기업들 고심이 큰 상황이다.
30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 분기배당은 보통주와 종류주 1주당 354원씩 이뤄진다. 삼성전자는 배당금으로 2조4046억원을 지출한다.
배당금은 지난해 1분기와 같은 수준이다. 당기순이익이 소폭 줄면서 이를 배당총액으로 나눈 배당성향은 49.2%로 전년 동기 대비 소폭 늘었다.
앞서 GM, 포드, 보잉,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델타항공, AT&T 등 글로벌 기업은 현금 유동성 확보를 위해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중단했다. 곳간을 걸어 잠그고 코로나19 사태 종식 시점까지 버티기에 들어간 것이다.
국내 기업도 2분기 실적이 악화된다면 올해 주주가치 제고 정책에 변화를 줄 가능성도 있다. 배당과 자사주 매입 중단은 기업이 할 수 있는 대표적 자구안이다. 고용유지 등을 위한 정부 지원을 요구하기에 앞서 자체적으로 현금 보유액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이다.
주주가치 제고를 최우선에 뒀던 기관투자가조차 기업에 고용유지를 주문하는 추세다. 국제기업지배구조네트워크(ICGN)는 '배당 보다 직원의 고용을 우선하라'고 조언했다. 단기적 이익보다 고통분담을 통해 회사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여파가 2분기 본격화됨에 따라 중간배당을 앞둔 기업도 고심이 크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자동차가 2015년부터, 현대모비스가 2019년부터 중간배당을 시작했다. 각사는 보통주 기준 연간 4000원을 배당한다. 현대모비스는 2월 전자투표제 도입을 발표하면서 중간배당을 이어갈 것이라고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이는 코로나19를 고려하지 않고 나온 발표다. 자동차 산업은 코로나19 피해가 큰 대표적 업종으로 꼽힌다. 미국과 유럽의 코로나19 확진자 증가로 자동차 생산 및 판매량이 급감했다. 해외 자동차 수요가 줄면서 국내 공장까지 멈춰섰다 가동되기를 반복한다.
앞서 한국자동차산업연합회는 자동차 산업 붕괴를 막기 위한 운영자금, 대출 만기 연장 등 33조원 규모의 유동성 지원을 정부에 요구했다. 4월 자동차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43% 줄어든 12만6000여대로 추산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선 중간배당과 관련해 확인해드릴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이외에도 지난해 두산밥캣, SK텔레콤, 하나투어, 레드캡투어 등이 중간배당했었다.
증권가에서도 올해 기업들이 배당을 줄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기업들 당기순이익이 감소한 것에 비해 배당 규모는 2018년 수준을 유지했다는 것이다. 코로나19발 실적 악화로 배당 축소 수순이라는 분석이다.
김재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배당은 실적 대비 변동성이 작지만 올해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며 “2008년 금융위기를 고려하면 30조원이던 배당 규모가 3분의 2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