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살 한 살 먹어 갈수록 경쟁 게임이 쉽지 않다. 게임 학원에 다녀도 보고 신체 협응력을 기르기 위해 육체 훈련을 해도 예전 같지 않다.
그래서 열심히 노력하지 않기로 했다. 누군가에게 돈 주고 맡기면 되니까. 경제적 이득을 얻지 않으면 그만이다.
누가 뭐라고 하면 그깟 게임에 열을 내느냐고 헛기침하면 된다. 그래도 뭐라고 하면 반성하고 사과하면 된다. 나는 선출직에 나갈 능력도 의지도 없으니 그래도 된다.
그깟 게임 하다가 그럴 수 있지 왜 게임 따위에 그렇게 과민하게 구냐고 오히려 화를 내도 된다. 뒷짐 지고 팔자걸음으로 걸으면 완벽하다. 저속한 대중의 치기로 프레이밍 하면 자신의 고상함이 올라가는 효과도 있다.
그런 게 게임이다. 어느 상황이든지 무마시킬 수 있는 마법의 단어다. 입체 분석을 해야 하는 수고를 덜어 준다. 기르던 애를 죽여도, 이혼해도, 사람을 죽여도, 총기 난사를 해도, 탈영해도, 데이트 폭력을 해도 다 게임 탓이다. 얼마나 편한지 모른다.
그러고 보니 세계 게임 시장 1위부터 4위까지에 해당하는 미국, 중국, 일본, 한국이 코로나19로 큰 피해를 봤다. 게임 탓이다.
최근 '스트라바'라는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어뷰징이 일어났다. 스트라바는 특정 구간(세그먼트)을 달린 자전거·달리기 기록 순위를 제공한다. 자전거 실력 지표처럼 인식되기도 한다.
서울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달리는 구간인 남산에서 한 이용자가 4분 49초로 여성부 1위에 올랐다. 2위와의 차이는 20초다. 그러나 전기자전거를 타고 올라간 것이 확인됐다. 장난으로 넘기려고 했지만 1초를 줄이기 위해 침과 피와 땀을 흘리며 훈련하던 동호인들의 마음에 상처를 남겼다.
그리고 여전히 그깟 게임, 그깟 기록이 뭐가 중요하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구성원 대다수가 게임과 거리가 먼 분야에서 게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만약 취업, 수능 등 노력이 수반되는 경쟁에 부정행위가 있었다면 이런 반응이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본질은 다르지 않은 데도 게임이란 단어만 들어가면 낮춰 본다.
게임은 비대면 산업으로, 누구보다 빨리 위기에 대응했다. 비대면 산업 육성, 디지털 일자리 창출, '한국형 뉴딜'에 가장 적합한 산업임을 증명했다. 그러나 여전히 시기를 잘 탄 도박 정도로만 여기는 시선이 적지 않다. '과금모델' '코로나19 수혜주' 정도로만 포장한다. 진지하게 바라보려 하지 않는다. 다 그깟 게임인 탓이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