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脫오프라인 가속…e커머스, 20년 만에 주연 꿰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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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e커머스가 국내 소비 채널의 주류가 됐다. 빠르게 발전한 정보기술(IT)과 달라진 소비 패턴이 대세 변화를 이끌었다. 여기에 코로나19가 불러온 언택트 소비는 국내 유통업의 '탈(脫) 오프라인'을 앞당긴 중요한 촉매로 작용했다. 롯데와 신세계 등 대형 유통사도 서둘러 사업의 무게추를 온라인으로 옮기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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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커머스기업 쿠팡

2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쿠팡·이베이코리아·11번가 등 주요 온라인 유통업체 매출은 작년 동월대비 16.9% 늘며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50.0%까지 치솟았다. 온·오프라인간 역전도 임박했다.

2015년 30.4%에 그쳤던 온라인 유통업체 매출 구성비는 2018년 37.8%, 지난해 41.2%로 꾸준히 늘어나다, 코로나19 사태와 맞물려 올해 들어 급속도로 증가했다. 올해 2월 49.0%까지 치솟은 온라인 업체 매출 비중은 지난달 오프라인 업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데 성공했다.

2000년 태동한 e커머스 시장은 20년 만에 국내 소비시장에 완벽한 주류 채널로 자리매김했다. 기존 종합쇼핑몰과 오픈마켓에 더해 2010년 쿠팡 등 소셜커머스 업체까지 가세하며 급격한 성장을 일궈낸 결과다. 특히 이번 코로나19가 e커머스 시장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e커머스 성장세의 주된 원인 중 하나는 소매업 본질이 입지에서 배송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과거 풍부한 유동인구가 보장된 핵심 상권 입지를 토대로 성장해 온 대형마트의 강점은 물류 인프라 발달로 보편화된 전국 단위 배송 앞에 무용지물이 됐다. 이젠 누가 더 빠르고 정확한 배송을 선보이느냐가 경쟁력을 가늠하는 척도가 됐다.

소비자도 변했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 등 온라인에 친숙한 고객들이 소비시장에 본격적으로 유입되면서 공산품뿐 아니라 식품도 온라인 판매로 급격히 옮겨갔다. 여기에 1인 가구 증가, 모바일 보급률 확대 같은 외부 요인들도 오프라인 아성을 무너뜨리는 데 일조했다.

소비자가 온라인으로 몰리면서 자연스럽게 대형마트를 찾는 발길은 끊겼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0년 2조원대에 불과했던 e커머스 시장은 2016년 65조원대로 급성장한데 이어, 지난해는 134조5830억원 규모까지 성장했다. 반대로 2000년 10조원대였던 대형마트 시장은 2016년 40조원을 돌파한 이후 지금까지 제자리걸음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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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닫힌 대형마트

코로나19는 이 같은 흐름에 기름을 부었다. 언택트(Untact) 소비가 확산되고, 온라인 쇼핑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까지 대량 유입됐다. 지난달 온라인 유통업체의 매출이 16.9% 늘 때,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백화점은 40.3%, 대형마트는 13.8% 매출이 감소했다. 온·오프라인 실적 희비는 갈수록 극명하게 엇갈릴 전망이다.

대형 유통업체들도 서둘러 e커머스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과거에도 온라인몰을 운영하며 소비 변화에 대응해왔지만 사업 핵심 기반은 여전히 오프라인이었고 온라인은 보조적 역할에 그쳤다. 그러나 지난해 실적 쇼크와 올해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변화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롯데는 마트와 슈퍼 등 오프라인 점포 200개를 과감히 접기로 했다. 대신 그룹 유통 7개사 온라인몰을 한데 모은 통합 쇼핑 플랫폼 '롯데온(ON)'을 공식 선보이며 e커머스 시장에 승부수를 던졌다. 3년 내 매출 20조원을 달성, 온라인 시장에서도 선두로 치고 나가겠다는 목표다.

국내 최대 유통업체인 롯데는 경쟁사를 압도하는 자금력과 전국 단위 오프라인 자산을 활용해 그룹 유통사업 기반을 백화점·마트에서 e커머스로 빠르게 옮겨갈 요량이다.

롯데보다 한 발 앞서 온라인 사업 확장에 나선 신세계그룹의 행보도 눈에 띈다. 이미 지난해 3월 백화점과 마트로 나뉘어 운영해온 온라인 사업부를 떼어내 e커머스 전담법인 쓱닷컴으로 일원화했다. 기존 온라인 사업 방식으로는 e커머스 전문업체들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에 e커머스에 특화된 별도 법인을 설립해 빠른 의사결정과 실행력을 담보하고 전문성을 강화하겠다는 계산이다. 신세계는 쓱닷컴을 그룹 핵심 유통채널로 육성, 2023년 연매출 10조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목표치도 지난해보다 25% 늘린 3조6000억원으로 높여 잡았다.

여기에 현대백화점그룹과 홈플러스 등도 온라인 강화에 힘을 쏟으면서 온라인쇼핑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할 전망이다. 유통 대기업들의 가세로 파편화돼 있는 국내 e커머스 생태계도 조만간 합종연횡 같은 다양한 시장 재편 움직임이 나타날 전망이다.

정경식 컨슈머인사이트 책임연구원은 “온라인 장보기 등장과 배송 서비스의 발전, 여기에 코로나19까지 새로운 촉매로 작용해 생활양식 전반을 온라인으로 바꿔놓았다”면서 “한 번 바뀐 소비패턴은 다시 돌아오지 않고 고착화되면서 유통산업 지각변동은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슈분석] 脫오프라인 가속…e커머스, 20년 만에 주연 꿰차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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