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어디로 가나요?” “저를 따라오세요.” 점포를 정리하던 청년이 앞장서면서 손짓하던 친절이 30년이 지난 지금도 뇌리에 남아 있다. 특히 친절이 극한 상황의 도움으로 이어진다면 기억과 감정은 남다르다. 전 세계에 300만명이 넘는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해 모든 나라가 혼란에 빠져 있고, 이 사태가 언제 종식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나라들은 인공지능(AI)과 정보통신기술(ICT)로 코로나를 평정했다고 인정받고 있는 대한민국을 주목하고 있다. 역사가 기록된 이래 처음으로 우리나라가 세계를 도울 수 있는 위치에서 'ICT 지원 인력 파견'이라는 새로운 전략으로 외교 지평을 확대할 기회이다.
정부는 우리나라가 시행한 코로나19 진단·방역·치료를 망라한 K-방역 과정을 국제표준화기구(ISO) 등에 제안, 미래 먹거리 시장 선도를 시도하고 있다. ICT를 활용한 자가격리 서비스와 진단 기법 홍보로 국가 위상을 높이려는 노력도 한창이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을 문서화하고 국제세미나에서 홍보한다. 더 이상의 혼란이 없다면 상당한 성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외교의 실질 효과를 감안하면 초보 수준 전략이다. 보여 주고 가르쳐 주는 방식은 브랜드 상승 효과는 있지만 도움의 감동을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직접 손을 내밀어서 잡아 주고, 정보통신(IT)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까지 지원하는 전략으로 외교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단순히 진단 도구와 마스크 등 물자를 지원하고 서비스를 홍보하는 전통 방식을 지양하고 접촉자 자가 격리와 감염자 추적 관리, 첨단 진단 방식 등 서비스를 각 나라에서 실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 세계 보건에 이바지하는 동시에 다수의 우호국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IT 인프라가 열악하고 무선전화 보급률이 낮은 국가에 우리나라 첨단 서비스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은근한 자랑으로 비칠 수도 있다. 직접 IT 인력을 파견해 해당 서비스를 그 나라의 환경에 적합하게 수정하고 운용을 지원하는 지나친(?) 친절로 우호 세력을 확장하는 산업 외교는 국제화에 커다란 도약의 발판이 될 수 있다. 평상시에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물론 기존 외교 전략과는 다른 접근 방식이어서 여러 가지 걸림돌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코로나19를 계기로 가 보지 않은 길을 가려는 정부의 노력이 있다면 가능하다. 규정을 바꾸고 긴급재난지원 예산을 투자해서라도 우방국을 확보하는 한편 수출의 물꼬를 트는 미래를 위한 투자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 산업 외교가 대외 인지도를 개선하고, 경쟁력 과시 수준을 넘어 국제 친밀도를 상승시킴으로써 경제 성장의 실마리가 됨과 동시에 사이버 영토 확장의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 코로나19 평정을 위한 인력 파견은 정부가 추진하는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다. 재원이 문제일 수 있겠지만 무상으로 물자를 보급하는 것보다 훨씬 실효성 있는 산업 외교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또 도움이 필요한 시기를 놓치지 않는 신속함이 코로나19 지원병 파견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음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불행의 끝에서 미래의 새로움을 창출하는 코로나19 효력을 경험할 절호의 기회다.
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