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여 동안 사업 경험을 통해 유아용 초유 화장품에 대한 소비자 요구가 분명하다는 점을 확신했습니다. 명확한 니치마켓 공략을 기반으로 시장 저변을 지속 확대해 나갈 것입니다.”
곽태일 팜스킨 대표는 농가에서 버려지는 '초유'로 유기농 원료 화장품 상용화에 성공했다.
최근에는 성분 함량을 높이고 포뮬러(배합 공식)를 아기 피부에 최적화한 베이비 화장품 라인 '프롬맘' 브랜드를 새롭게 선보이며 본격적 성장궤도에 진입했다.
팜스킨은 특별한 마케팅 없이 상품 경쟁력만으로 미국, 중국, 프랑스 포함 41개국 수출 판로를 뚫어낸 스타트업이다. 글로벌 화장품 유통매장 '타깃' '왓슨즈' 등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오프라인 매장 불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틈새시장을 찾아내 연초 매출 감소분을 거의 상쇄시켰다. 지난 2018년부터 매년 10배씩 매출 성장을 이어오고 있다.
실리콘밸리에 기반을 둔 트랜스링크캐피털 등으로부터 400만달러(약 50억원) 이상 투자 유치에 성공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이달 곽태일 대표는 포브스가 발표하는 '아시아 30세 이하 리더 3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배우 박소담, 걸그룹 트와이스, 김소연 뉴닉 대표 등이 함께 이름을 올렸다.
젖소의 초유는 분만 후 4~5일간만 나오는 우유를 의미한다. 성장인자 IGF, EFG, FGF를 포함 약 82가지 천연 생체 활성성분과 일반 우유 6배에 달하는 면역성분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부패 진행 속도가 빠른 데다, 초유 고유의 냄새 때문에 연간 4만톤 규모 초유가 활용되지 못하고 폐기돼 왔다.
축산학을 전공한 곽 대표는 초유에 단백질이 많아 보습에 좋다는 점, 면역 성분이 여드름을 억제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꾸준한 연구를 통해 화학방부제 없이도 초유를 장기간 보존할 수 있는 독자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곽 대표는 “초유처럼 IT를 접목해 부가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사업 아이템이 산재해 있다”며 “젊은 IT 스타트업들이 농촌에 관심을 많이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젖소 목장에 도입 중인 스마트 목걸이가 대표적이다. 스마트폰으로 소가 오늘 몇 걸음을 걸었는지, 밥은 먹었는지, 발정이 왔는지도 다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시장에 주목한 국내 기업이 전무해 수입 제품에만 의존하고 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국내 IT 인력들이 농촌에 일주일만 살아봤어도 이 같은 제품을 시장에 먼저 내놓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곽 대표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이달 사옥 이전을 기점으로 인력 채용을 확대하고 매출 목표를 작년 대비 5배로 잡았다.
팜스킨의 궁극적 목표는 국내 농가 초유 전량 소비다. 인력 고령화로 인해 사라져가는 농촌에 활력을 부여하겠다는 의도다.
곽 대표는 “초유 화장품 상품화로 연간 2000만원 부가 수익을 올리는 목장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며 “향후 화장품 외에도 먹거리 등으로 사업을 확장해 초유 소비를 촉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