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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이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으로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 카드를 선택했다. 통합당은 22일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이 같은 당내 의견 취합 결과를 추인했다.
김 전 위원장은 22일 모 라디오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조건부로 맡을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김 전 위원장은 “조기 전당대회가 전제된다면 비대위원장을 맡을 수 없다”는 다소 어정쩡한 입장을 밝혔다. 이는 통합당 당규에서 규정한 8월 31일 전당대회를 겨냥한 것으로, 대회를 치르기 위한 '관리형' 대표는 맡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뒤집어 말하면 비대위원장에 걸맞은 권한을 준다면 통합당에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통합당은 인선에 신중해야 한다. 통합당은 선거에서 대패했다. 김 전 위원장은 당시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직을 맡은 인물이다. 선거 패배 원인으로 세대교체 실패 막말 논란, 신종 코로나19 사태 등이 거론된다. 내 탓이건 남 탓이건 결국 민심이 돌아섬에 따라 통합당은 회복 불능 상태에 빠졌다. 결국 국민의 마음을 제대로 읽지 못한 선거 전략이 결정적 배경이다. 당연히 당시 선대위원장은 책임을 져야 한다. 선거 참패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럼에도 다시 '김종인 비대위원장' 체제를 추진하는 통합당을 국민이 어떻게 바라볼지 고민해 봐야 한다.
물론 전쟁에서 패한 장수도 필요하면 쓸 수 있다. 그러나 확실한 명분과 강력한 지지가 필요하다. 과연 김 전 위원장이 그럴만한 위치에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지금은 통합당의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사다. 비록 참패했지만 제1야당이 갖는 무게감이 있기 때문이다. 이념과 색깔을 떠나 여당을 생산적으로 견제하는 대표 야당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할 때 대한민국 정치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통합당은 창당 수준의 개혁과 쇄신을 요구받고 있다. 당 자체를 완전히 해체하고 재설계하는 각오로 나서도 부족한 판국이다. 인사 하나라도 허투루 생각해서는 안 된다. 선거 참패 요인을 분석하고 책임이 큰 인사는 후선으로 물러나는 게 합당하다. 선거 패배의 교훈은 한 번으로 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