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21대 총선 이후 첫 날을 맞이하는 정치권의 분위기는 차분했다. 마침 이날이 세월호 6주기여서 목소리를 높이기보다는 겸허히 결과를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속내는 달랐다.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은 승리의 기쁨을 표출하기 보다는 국정 지원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날 황교안 대표 사퇴로 지도체제가 붕괴된 통합당은 당 재건을 모색했다. 원내교섭단체 등극에 실패한 군소정당도 비대위 체제 등 당 향후 행보를 고심했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에서 대한민국미래준비선거대책위원회의를 열고 총선 이후 국정 운영 방향을 논의했다. 민주당은 국민이 보내준 지지에 큰 책임을 느끼고 코로나19, 경제위기 등 국난 극복에 힘쓴다고 밝혔다.
이해찬 대표는 “선거 승리의 기쁨에 앞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이제 21대 국회의 책임이 온전히 민주당에게 있음을 다시 한 번 마음속에 새긴다”며 “더욱 겸손한 자세로 민심을 살피고 말 한마디 행동 하나도 각별하게 조심을 해야 한다”며 당선인에게 성실한 자세를 당부했다.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은 “국민 여러분의 지엄한 명령대로 코로나19와 경제후퇴라는 국난 극복을 최우선 과제로 인식하며 그에 진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 온 국정과제들이 현실에서 구체적 성과를 내며 진척되도록 차분하지만, 확실하게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당장 코로나19 대응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이날 소집한 임시국회를 통해 긴급재난지원금 추가경정예산안을 신속히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다른 당의 협조도 구했다. 선거 결과와 별개로 추경안을 이달 중 처리해 20대 국회 유종의 미를 거둔다는 목표다.
추경안 처리 이후에는 본격적인 경제위기 대책과 일자리 챙기면 경제 회복 전면전에 나설 계획이다. 다음주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회의에서 다뤄질 수 있는 일자 대책을 전면 지원한다.
통합당은 당 재건 작업을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 당장 한 석이 아쉬운 만큼 홍준표, 김태호 등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의원들의 합류가 예상된다. 당 내부에서는 신속한 지도부 재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탄핵 이후에도 당이 변화하지 않은 것에 대한 결과라는 자성론도 제기됐다.
민주당과의 협치 여부도 판단해야 할 대목이다. '정권 책임론'을 내세웠지만 선거 결과 국민은 '국난 극복'에 힘을 실었다. 통합당으로서는 과거와 같은 여야 대립 구도를 유지하기에는 부담감이 크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방법에 대해 기존 입장을 고수할지부터 그 외 경제 관련 정책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를 신속히 정해야 한다.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아쉽지만 꼭 필요한 만큼이라도 표를 주신 것에 대해 감사 드린다. 정부 여당을 견제할 작을 힘이나마 남겨주셨다”면서도 “국민 지지를 얻기에 통합당의 변화가 모자랐다는 걸 인정한다. 국민 마음 잘 새겨서 야당도 변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