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했다. 지난 대선부터 이번 총선까지 전국 단위 선거를 연거푸 이기면서 정국 주도권을 확고히 했다. 미래통합당은 '정권 심판론'을 내세워 반격을 시도했지만 실망스런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16일 오전 개표가 99.3% 마무리된 가운데 민주당은 전체 253개 지역구 중 163곳에서 당선됐다. 민주당은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 같은 시각 정당투표 개표 결과에 따라 비례의석 17석 확보가 가능해 총 180개 의석을 차지했다.
통합당은 84개 지역에서 당선됐다. 비례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비례의석 13석을 확보, 총 97석에 머물렀다.
정의당은 지역구에서 1석, 비례에서 2석을 확보해 총 3개 의석을 차지했다. 국민의당은 비례에서 1개 의석을 따냈다. 무소속 후보는 5명이 지역구에서 승리했다.
민주당은 승부처로 꼽힌 서울과 경기에서 선전하며 승기를 잡았다. 지난 총선 당시 국민의당에 빼앗긴 호남 지역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뒀다. 통합당은 보수 텃밭인 대구·경북에서는 강세를 유지했지만 전체 판세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20대 총선에선 민주당과 새누리당이 123석, 122석의 1석 차이 박빙의 승부를 펼쳤지만 이번 총선에선 민주당 쪽으로 표심이 기울었다. 이날 투표율(잠정)은 66.2%로 1992년 14대 총선(71.9%) 이후 2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민주당의 성적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역대 최다 의석 기록이다. 종전 최다 의석 기록은 18대 총선 한나라당의 153석이었다.
민주당은 20대 총선 역전극을 시작으로 19대 대선,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이어 이번 21대 총선까지 전국 단위 선거에서 내리 4연승을 달렸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 장기 집권의 서막이 열렸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호남 지역 민심을 되찾은 것도 긍정적이다.
여당 승리로 문재인 정부의 하반기 국정은 탄력을 받게 됐다. 당장 임시국회에서 논의할 긴급재난지원금 2차 추가경정예산안부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검찰 개혁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나아가 민주당은 이번 승리의 분위기를 2년 뒤 대선까지 이끄는데 유리한 기반을 다졌다.
4연패 늪에 빠진 통합당은 이번 패배가 뼈아프다. 문재인 정부 정책 실패를 강조하며 공세를 펼쳤지만 투표 결과 표심은 '정권 지지'에 더 많은 손을 들어줬다.
통합당은 지난해 의석수 열세로 인해 범진보연대 4+1 협의체의 패스트랙 처리 강행을 저지하지 못했다. 그만큼 이번 총선에선 원내 1당 탈환이 중요했다.
통합당은 선거를 앞두고 새로운보수당과 통합하고 당 쇄신의 모습도 보였지만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총선 공식이 통하지 않았다. 단순히 통합당의 패배를 넘어 보수 진영이 진보 단일 정당에 패배한 형국이 됐다. 당장 당내 지도부 책임을 둘러싼 내홍이 예상된다. 이미 황교안 대표가 사퇴키로 하는 등 지도부 해체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거대 양당에 맞선 이른바 '제3지대'도 온전한 자리를 차지하지 못했다. 민생당, 정의당, 국민의당 모두 부진했다. 거대 양당 대결 정치의 종식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20대 총선 당시 국민의당 같은 의미 있는 세력을 확보하지는 못했다.
총선기획팀=조정형(팀장)강우성·박지성·성현희·송혜영·안영국·안호천기자 polic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