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4차 산업혁명이 진전되면서 급증하고 있는 신기술 수요에 대응하는 전략 전반을 살펴본 데 이어 공공 부문의 기술 개발 실천 전략을 짚어보고자 한다.
먼저 현재의 기술을 고도화해야 한다. 앞에서 얘기한 바 있지만 현재 거론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은 길게는 수백 년, 짧게는 수십 년 전부터 개발돼 왔다. 오랫동안 개발돼 성숙 단계에 접어든 시점에 이를 실현하는 데 필요한 기술이 갖춰져 있고, 특히 이를 필요로 하는 사회경제적 수요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 기술이 고성능 컴퓨팅 기술이나 전용칩 기술을 만나지 못했다면 자율로봇이나 자율생산 체계와 같은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기술이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다. 현재의 기술은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자라는 토양이며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받아들여 함께 발전해 갈 대상이다. 이에 따라 현재의 첨단 기술을 더욱 발전시켜 4차 산업혁명 기술이 빠르게 진화하고 확장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세계경제포럼(WEF·일명 다보스포럼)과 PwC 공동 조사에 따르면 유엔 및 세계 각국이 2030년까지 달성할 계획인 지속 가능한 개발 목표 17개 과제 가운데 70%는 현재 기술로도 해결이 가능하다.
둘째는 기술 융합을 문화로 정착시켜야 한다. 요즘 등장하는 혁신 제품에는 어느 부분에 혁신성이 있는지를 쉽게 찾기 어려울 정도로 여러 기술이 융합돼 있는 것이 많다. 심지어 핵심 혁신성조차도 기존의 이종 기술 간 융합으로 탄생한 것이 많다. 선진국들이 신기술 개발보다 기술 융합을 전략으로 삼고 있는 이유다. 융합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수단이지만 실제로는 연구개발(R&D) 문화 성격이 짙다. 기술 융합이 활발해지기 위해서는 주체가 서로 신뢰하고 존중해야 한다. 또 융합으로 얻은 성과, 특히 시너지 효과 부분을 공정하게 배분하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셋째는 빨라지는 신기술 개발 요구를 충족시켜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진행 속도는 신기술이 공급되는 속도 영향을 받는다. 기술의 수명 주기가 극도로 짧아짐에 따라 신기술 수요는 늘어나는 반면 개발에 소요되는 기간은 크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신기술이 사업화될 시기를 놓쳐 사장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지금보다 빠르고 저렴하게 신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빅데이터나 AI를 기술 개발의 핵심 수단으로 활용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 디지털화된 기술 개발 정보를 수집하고 관리해서 유통시키며, 연구자들이 공유할 수 있는 디지털 기술 개발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창의적인 발상이 최단 기간 안에 신기술 가능성을 확인받고, 최소 횟수의 실험과 실증을 거쳐 산업으로 연결될 수 있어야 한다.
넷째는 연구자(개발자)나 연구기관은 스스로 강력한 플랫폼, 혁신 주체가 돼야 한다. 이들이 끊임없이 신기술을 창출해 내는 화수분이 되고,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장기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주체별 글로벌 혁신 기술 창출에서 공공연구소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는 점에 주목하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앞에서 언급한 내용과 관련 있는 여러 정책을 혼합하는 것이다. 개별 정책이 성공작이라 하더라도 전체 성과는 좋지 않을 수 있다. 정책 간 중첩 영역이 존재해 효율성이 떨어지거나 반대로 공백 구간이 있어 완성된 결과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 체계적인 정책 혼합으로 짧은 기간 내 저비용으로 신기술을 개발해 낼 수 있어야 한다. 또 기술 개발 영역과 관련 있는 교육, 산업·경제, 국방은 물론 외교 영역까지도 정책 혼합에 포함시켜 신기술 개발을 가속하고 신기술의 생명 주기 평가 의무화와 같이 지속 가능성 강화 추세에 대비해야 한다.
다음 주에는 산업 관점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기술 개발 실천 전략을 살펴볼 예정이다.
박종구 나노융합2020사업단장, '4차 산업혁명 보고서' 저자
jkpark@nanotech2020.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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