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인해 관객 숫자가 뚝 떨어진 요즘 극장가는 그야말로 비상이다. 상영 회차를 줄이고 아르바이트생을 비롯한 직원들의 인원 감축을 단행한지도 오래인데 상황이 나아질 기미는 사실상 보이지 않는다. 때문에 무거운 마음으로 찾을 수밖에 없었던 영화 '건즈 아킴보' 언론 시사회장이었다.

하지만 희한하게도 영화가 끝나고 나니 무거웠던 마음이 싹 사라졌다. 러닝타임 내내 정말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스크린 속에 펼쳐지는 화려하다 못해 어지러운 비주얼에 온몸을 내맡겼던 기분이 들었다.
비슷한 기분이 들었던 때가 떠올랐다. 맨 처음 VR 화면을 접했을 때의 흥분과 놀라움으로 자극받았던 당시와 무척이나 흡사하게 여겨지는 기분이었다.

영화 '건즈 아킴보'의 화면은 VR로 촬영되지 않았다. 하지만 나에게는 VR를 처음 접했던 영상에 대한 충격이 오롯이 느껴지는 그러한 영화였다.
선혈이 낭자하는 총기 액션신이 끊임없이 펼쳐지고 상식선에서는 설명되지 않을 법한 내용에 어울리는 정신없는 카메라 워킹에 상영 시간 내내 영화에 끌려다닌 듯한 기분이 들었다.

영화는 쇼킹(shocking) 함 그 자체였다. 솔직히 어른들이 보면 좋아하지 않을 영화일지도 모르겠다. '건즈 아킴보'는 철저하게 뉴미디어에 적응된 신세대를 위한 영화임을 시작부터 끝까지 뿜어내는 그런 영화다.
단언컨대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을 즐기고 FPS 게임을 좋아하는 젊은 세대라면 영화 '건즈 아킴보'에 two thumbs up(양손 엄지를 들어 추천) 할 것이라 확신한다.
그렇다고 해서 스토리가 빈약한 것도 아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소시민인 '마일즈'라는 캐릭터가 온라인상에서 키보드 워리어로 활약(?) 하는 것으로 시작되는 영화는 익명 속에서만 욕망을 분출하는 우리들의 모습과 사뭇 닮아있다.

게다가 해리포터 시리즈의 주인공인 '다니엘 래드클리프'가 이 영화의 건어물남 마일즈라면 충분히 매력적이지 않은가?
직장에서도 이성과의 관계에서도 자신감을 가지지 못하는 루저(loser) 마일즈가 강제로 '스키즘'이라는 가상의 게임 속 참가자가 되어 랭킹 1위의 여성 플레이어 '닉스'를 상대하며 살아남기 위한 고군분투가 영화 '건즈 아킴보'의 핵심적인 내용이라 할 수 있다.

평범한 삶에서는 낙오자일 뿐이었던 마일즈가 원하지 않는 게임에 참가하게 되면서 뜻하지 않게 겪게 되는 많은 해프닝들을 거치며 영웅(?)으로 성장(?) 해 나아가는 모습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캐릭터인 조커(joker)와 조심스레 견주어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B급 영화를 표방하며 흥행에 성공한 '킹스맨' 시리즈의 병맛 액션을 러닝타임 내내 즐기고 싶은 영화 마니아라면 지금 바로 '건즈 아킴보'의 예매 버튼을 누르자. 코로나로 지친 심신에 커다란 자극제가 되어 줄 것이다.
전자신문인터넷 K-컬처팀 오세정 기자 (tweet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