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덴셜생명 품에 안은 KB금융...리딩뱅크 탈환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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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KB금융이 푸르덴셜생명 인수에 성공하고 비은행 부문 사업역량 강화에 나선다.

KB금융은 지난 10일 이사회를 열고 푸르덴셜생명보험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및 자회사 편입승인 안건'을 결의하고 미국 푸르덴셜파이낸셜과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푸르덴셜파이낸셜은 매각 주간사인 골드만삭스를 통해 푸르덴셜생명 보유 지분 100% 매각을 추진해왔다.

이번 인수 방식은 특정일을 기준으로 기업가치를 평가해 매매대금을 정하고 그 이후 가치 유출이 발생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매매대금의 조정을 허용하지 않는 '락트-박스(Locked Box)' 방식으로 결정됐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푸르덴셜생명의 기초 매매대금은 2조2650억원으로 결정됐다. 여기에 거래 종결일까지 있을 회사 가치 상승분의 이자 750억원이 추가되고 이 기간 사외 유출금액은 감액해 최종 매매가격이 확정된다.

기초 매매대금 기준으로 KB금융의 푸르덴셜생명 지분 100% 인수 금액은 주가순자산비율(PBR) 0.78배 수준이다.

KB금융은 지난 2월 후순위채를 4000억원 발행했고, 현재 3000억 규모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자금 조달로 푸르덴셜생명 인수 이후에도 안정적인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KB금융은 내다봤다. 지난해 말 KB금융의 BIS 비율은 14.5%다.

KB금융은 2014년 우리파이낸셜(현 KB캐피탈), 2015년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2016년 현대증권(현 KB증권)을 인수한 데 이어 이번에 푸르덴셜생명까지 사들이며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했다.

KB금융은 푸르덴셜생명 직원을 포함한 실무협의회를 구성, 인수 후 조직안정과 시너지 강화 방안, 전산개발 등 주요 과제를 이행해나갈 계획이다. 푸르덴셜생명의 인위적 구조조정을 지양하고 푸르덴셜생명의 직원과 재무설계사 등의 역량을 존중하며 공동의 발전을 추진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인수가가 너무 높은 것 아니냐는 '오버페이' 우려도 일각에서 제기됐지만 시장에서는 장기적 가치를 고려하면 상당히 좋은 가격에 샀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재무적 투자자인 사모펀드와 달리 다른 계열사와 연계한 종합금융서비스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KB금융으로서는 푸르덴셜생명 편입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기업가치가 매우 높다.

이번 인수금액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78배로 지난해 말 기준 오렌지라이프의 PBR 0.94배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라는 점도 긍정적이다. 신한금융은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할 당시 30%에 가까운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줘야 했지만 이번 인수전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보험업계의 역마진 우려가 커지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KB금융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저금리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보험사를 어떻게 운영해 나갈지가

관심사다.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의 화학적 결합도 과제다.

KB생명과 통합해 '푸르덴셜생명'이라는 이름을 잃게 되면 적지 않은 설계사가 법인보험대리점(GA)으로 이직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KB금융은 “국내도 신지급여력제도(K-ICS)가 2023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될 예정임에 따라 우수한 자본 적정성을 보유한 생보사의 경우 지금보다 기업가치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최고의 자본 적정성과 우수 인력을 보유한 푸르덴셜생명과 KB금융의 화학적 결합을 통해 3500여만명 고객에게 든든한 우산이 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푸르덴셜생명 인수를 계기로 국내 리딩 금융그룹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KB금융과 신한금융 간 경쟁은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KB금융은 지난해 3조3118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917억원 차이로 신한금융에 1위 자리를 다시 내줬지만 푸르덴셜생명이 지난해 거둔 순이익(1408억원)을 감안하면 이번 인수만으로 KB금융이 뒤집을 수 있는 격차다. 다만 신한금융도 올해부터 오렌지라이프를 100% 자회사로 편입한 만큼 2715억원에 달하는 오렌지라이프의 순이익을 모두 신한금융 실적에 반영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양사는 올해 리딩금융 자리를 두고 한층 더 치열한 각축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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