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가옥에는 그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생활양식과 가치관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각 여행지를 대표하는 전통 가옥을 살펴본다는 것은 그곳의 모든 삶의 양식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출발점이다. 온라인 여행사 트립닷컴이 각각의 삶을 명확하게 드러내고 있는 여행지별 이색 전통 가옥을 소개한다.
◇유목민의 지혜로부터 탄생한 산물…'몽골 게르'
몽골 게르는 유목민들의 이동식 주거시설이다. 계절에 맞춰 최적의 장소로 이동을 해야 했던 유목민들의 지혜로부터 탄생한 산물로, 오늘날에도 많은 몽골인이 게르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러한 게르의 전통 제작법과 관련 풍습은 2013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지정됐다. 전체적으로 둥근 구조가 특징인 게르는 쉽게 분해 가능한 벽과 기둥, 캔버스 천과 흰색 펠트로 덮은 지붕, 동물의 털로 만든 밧줄 등으로 구성된다. 강한 바람에 견딜 수 있도록 튼튼한 구조로 설계된 반면, 간편하게 운반할 수 있고 조립도 쉬운 것이 장점이다. 또 전통 게르는 여러 사람이 함께 만드는데 이때 게르 각 부분을 전문으로 담당해 제작하는 장인도 있다.
◇미낭카바우족의 문화, 전통적 가치를 엿보다…'인도네시아 루마 가당'
인도네시아 루마 가당은 서쪽 끝에 위치한 수마트라섬 미낭카바우족의 전통 가옥이다. 물소 뿔을 형상화한 지붕이 눈길을 사로잡는데, 여기에는 승리한 물소의 전설이 담겨 있다. 이 부족을 지칭하는 '미낭카바우'는 승리를 뜻하는 '미낭', 물소를 의미하는 '카바우'라는 말에서 유래되기도 했다.
루마 가당은 뿔 모양 지붕 구조를 가리키는 '곤종'을 비롯해 곳곳에 새겨진 화려한 꽃 문양, 벽 안쪽으로 달린 덧문이 있는 창문 등으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루마 가당을 이루는 각각의 건축 요소는 어느 것 하나 그냥 만들어진 것이 없다. 모두 상징적 의미를 갖기 때문에 이 가옥을 통해 미낭카바우족의 문화와 전통적 가치 등을 엿볼 수 있다.
◇추운 기후에 맞춤 설계된 목조 가옥…'러시아 이즈바'
러시아 이즈바는 전통 목조 가옥으로 러시아 농민들이 거주하는 집이다. 추운 기후에 맞게 난방 효율이 높도록 설계됐다. 보통 통나무로 만들며, 러시아풍 난로를 뜻하는 '페치카'를 중심으로 공간이 구성돼 있다. 난로의 연기를 빼기 위해 전면부에 2개 이상의 창문을 설치한다.
'아름다운 구석'이라고 불리는 공간 역시 이즈바의 주요 특징 중 하나다. 이곳에는 종교, 신화 등을 주제로 한 미술품을 뜻하는 '이콘'을 놓아둔다. 같은 가옥이어도 지역별로 차이점이 있다. 북부지역의 경우 남부에 비교해 유독 눈이 많이 내리기 때문에 눈의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지붕 경사가 급한 것이 특징이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