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건설 매각 투자 안내서 배포
인프라코어와 밥캣도 조정 대상 꼽혀
삼정회계법인·맥킨지에 컨설팅 의뢰
두산그룹이 '감량 경영'을 위해 칼을 빼들었다. 고강도 구조조정안 마련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삼정KPMG 등에 자문을 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계열사 상당수를 매각, 군살 빼기에 본격 돌입할 전망이다.
1일 두산그룹에 정통한 관계자는 “현재 두산그룹이 삼정회계법인 등으로부터 구조조정과 관련해 자문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매각 시 돈이 되거나 (손실) 부담이 큰 계열사들을 매각하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과거 두산그룹이 고강도 구조조정을 실시했을 때와 같은 방식”이라면서 “효과를 이미 본 적 있기 때문에 신속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규모 구조조정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얘기다.
두산그룹은 이미 신호탄을 쐈다. 중간 지주사 두산중공업은 자회사인 두산건설 매각 투자안내서(티저 레터)를 배포했다. 투자 유무 의사를 묻는 매각 초기 절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정회계법인의 핵심 인력들이 두산그룹 사업재편 전략 수립에 투입, 이를 자문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계열사 추가 매각 가능성도 열려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2019년 사업보고서 기준 두산중공업의 자본금과 자본총계는 각각 1조753억원·6조2020억원으로, 자본잠식률은 마이너스(-) 476.79%에 이른다. 완전자본잠식 상태라는 얘기다. 중추인 두산중공업 경영 위기는 두산그룹을 뒤흔들 수 있다.
두산그룹으로서는 유동성 확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두산중공업이 최근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1조원 대출을 약정한 이유다. 두산그룹은 세계적 컨설팅 업체인 맥킨지에도 구조조정 관련 컨설팅을 의뢰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규모 구조조정 선례도 있다. 두산그룹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 당시 20개 넘던 계열사를 순차 정리했다. 2001년 두산 계열사 수는 16개까지 쪼그라들었다. 당시 금융감독위원회가 두산그룹의 구조조정을 우리나라 대기업의 모범사례로 꼽았을 정도다. 이에 비해 2019년 기준 계열사 수는 23개로 늘었다.
하지만 계열사 매각이 정상 추진될 지는 미지수다. IMF 때와 달리 두산건설 외에 우량 매각 자산이 없다는 게 걸림돌이다. 두산중공업 핵심 자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이 물망에 오르고는 있지만 캐시카우여서 매각은 부담스럽다. 두산중공업이 유상증자와 채권 발행에 나설 수도 있지만 궁극적 해결 방식은 아니다. 결국 인원 감축과 조직 규모 축소, 주요 계열사 지분 일부 매각 등에 방점이 찍힐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구조조정과 관련해) 정해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채권단과 협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