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수요도 온라인 이탈 가속
오프라인 매장 강점 극대화 총력
대형마트가 신선식품 경쟁력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농산물 품종을 확대하고 체험 요소를 강화하는가 하면 축·수산물도 제철 원물을 직접 손질해 매장에서 한 끼 식사로 제공하는 서비스도 내놨다. 코로나19 여파로 식품마저 온라인 구매가 급증하면서 오프라인 강점을 극대화하려는 마트들의 발걸음이 바빠졌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과일 신품종 도입과 체험 요소를 강화한 신개념 매장을 새롭게 선보였다. 토마토 품종을 12종으로 확대 운영해 선택권을 늘리고 맛과 용도에 따라 3개 존으로 진열대를 구분해 고객 직관력을 극대화했다.
또 미니북과 오디오북을 활용해 고객이 생산자와 재배 스토리를 직접 들을 수 있게 했다. 지금까지 대형마트를 찾은 고객에게 제공했던 정보가 가격 정도였다면, 앞으로는 상품 설명과 스토리를 추가로 제공해 시각·청각적 흥미 요소를 강화하겠다는 계산이다.
수산 코너에도 변화를 줬다. 손질한 팩상품 위주에서 생물 그대로 진열하고 고객이 조리 용도에 따라 직접 손질 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 '오더 메이드' 매장을 확대 도입했다.
고객이 직접 생물을 보고 직원과 즉석에서 소통할 수 있는 오프라인 장점을 최대한 살리겠다는 계산이다.
지난해 이마트 대표로 새로 부임한 강희석 대표는 온라인 침투에 맞서 '업의 본질'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했다. 할인점이 가장 잘 할 수 있고 고객 집객의 핵심 카테고리인 신선식품을 중점으로 기존점 리뉴얼에 나선 것. 시범 매장인 월계점은 리뉴얼 이후 매출이 10%가량 뛰었다.
롯데마트도 지난달 문영표 대표 직속 조직인 '밀 혁신 부문'을 신설해 식품 부문 강화에 매진하고 있다. 충청북도 증평에 1만7000평 규모의 신선품질혁신센터도 세웠다. 특히 소고기·랍스터 등을 즉석에서 조리해 판매하는 그로서란트 매장은 현재 10여개 점에서 내년까지 두 배로 확대 도입할 방침이다.
뿐만 아니라 지역 우수생산자 채소를 판매하는 '로컬채소 전문매장'을 2014년 31개에서 지난해 110개점으로 확대 도입했다. 관련 매출도 3억원에서 100억원으로 늘어났다. 올해 전점 도입이 목표다. 홈플러스 역시 임일순 대표 주도로 신선A/S센터를 세우고 품질보장제를 운영 중이다.
대형마트가 이처럼 식품 구색 강화에 나선 것은 최후의 보루로 여겨왔던 신선식품마저 온라인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어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농축수산물 등 신선식품 온라인 거래액은 3조5229억원으로 전년(2조9486억원) 대비 19.4% 늘어났다.
게다가 최근 들어 코로나19 영향까지 더해지며 신선식품 온라인 판매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온라인 유통업체 식품 매출은 작년 동월대비 92.5% 증가했다. 비대면 소비에 따라 먹거리마저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수요가 늘어났다. 반면 대형마트는 같은 기간 식품 매출이 2.9% 감소했다.
이미 신선식품을 포함한 식품 판매는 온라인이 대형마트를 넘어섰다. 지난해 온라인 식품 거래액은 전년대비 24.7% 증가한 16조8088억원으로 대형마트(16조4000억원)를 앞질렀다.
업계 관계자는 “공산품뿐 아니라 신선식품 시장도 온라인 판매로 옮겨가는 추세”라며 “대형마트들은 집객 효과가 큰 신선식품 수요를 붙잡기 위해 오프라인 매장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며 체질 개선을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