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위 유니콘 스타트업 보유국인 영국은 정부가 적극 나서 민·관 협력을 이끌고 인공지능(AI)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영국이 배출한 17개 유니콘 기업 가운데 11개사가 AI 기술을 활용해 서비스와 제품을 구현했다. 유럽 전체 AI 스타트업 1537개사 가운데 479개사가 영국임을 감안할 때 얼마나 압도하는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영국의 AI 스타트업의 힘은 런던을 중심으로 나온다. 지난 2019년 필자가 런던에서 심사해 한국에 오게 된 NR2와 인스파이어미코리아가 2019 K글로벌 그랜드챌린지 최종 데모데이에서 각각 1, 3위를 차지하며 런던 스타트업의 경쟁력을 보여준 바 있다. 런던의 동북쪽, 오래된 창고와 공장들이 가득 들어찬 지역이지만 영국을 대표하는 AI와 핀테크 중심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있다. 알파고의 딥마인드가 위치한 이 클러스터는 '테크시티'라 불리며 1만3000여개 스타트업이 활동하고 있다.
딥마인드가 기술을 상용화하기 전이었지만 런던의 엔젤 투자자들은 딥마인드 기술·가치·비전만을 평가해 투자했고, 3년 후 구글은 딥마인드를 인수했다. 이 사건은 런던의 엔젤 투자자들이 아이디어 단계의 초기 기업이 유니콘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투자를 가속화하는 계기가 됐다. 테크시티에서는 거의 매주 다양한 기업설명회(IR) 행사가 열리고 투자자 및 연구자와의 네트워킹도 활발하다. 인근 대학의 연구 활동 결과가 스타트업 비즈니스 모델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돼 있다. 스타트업이 많이 모이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세무, 회계, 법무 등 전문가들도 자리 잡게 됐다. 후배 스타트업의 투자 및 양성을 위해서 아마존, 시스코, 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들도 런던 스타트업 성장에 도움을 주고 있다.
테크시티의 연간 투자시장 규모는 10억달러를 상회한다. 영국 정부는 매년 50개의 유망 스타트업을 선정해 투자유치, 사업확장, 인수합병(M&A), 상장 등을 지원하는 '퓨처 피프티' 제도를 운영하는 등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2015년 마이크로소프트(MS)가 인수한 AI 스타트업 '스위프트키'도 2013년 퓨처 피프티 50대 기업 안에 선정된 바 있다. 영국 정부는 28%에 이르던 법인세를 19%까지 인하했고, 스타트업 창업에 좋은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그 가운데 창업 교육에 대한 투자도 빠지지 않는다. 영국은 미성년자도 혁신 아이디어와 기술만 있으면 10파운드 이하의 적은 자본금을 공동 적립해서 선생님과 멘토들의 지도 아래 회사를 설립하는 '청년 기업가 프로그램' 등이 활성화돼 있다. 딥마인드 공동 창업자인 무스타파 술레이만도 학창 시절 청년기업가상을 받은 바 있다.
영국 유니콘 스타트업 다크트레이스는 사이버보안 기업으로, 1조9000억원 규모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AI 기술을 활용해 사물인터넷(IoT) 보안 침해와 데이터 손실 등 각종 사이버 위험에 대비한 솔루션을 제공한다. 2017년 워너크라이 랜섬웨어가 수백개 기관 대상으로 이메일과 파일 등을 보내 클릭을 유도해 사이버 공격이 이뤄졌을 때도 다크트레이스의 AI 방어시스템은 유효하게 방어해 냈다.
또 다른 유니콘 베네볼런트AI는 의료 빅데이터를 AI로 신약후보 물질을 분석한 뒤 신약을 개발한다. 또 새로운 처방 프로그램을 설계하기도 한다. 기존 업계에서는 질병을 놓고 신약후보 물질을 개발하는 것과 차별화된다. 영국 유니콘 바빌론헬스는 기업 가치 2조3000억원의 스마트폰 기반 AI 원격의료 서비스 스타트업이다. 애플리케니션(앱)에서 영상통화로 자신의 증상을 확인하고 만성질환을 관리할 수 있으며, AI 기반의 예방의학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국 유니콘과의 차이는 딥테크가 많다는 것이다. 딥테크 스타트업 양성을 위해 영국의 AI 스타트업 생태계는 벤치마킹해 볼 만하다.
전화성 씨엔티테크 대표이사 glory@cnt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