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유료방송 채널 개편 횟수 놓고 찬반 팽팽

IPTV-케이블 TV 등 유료방송 찬성
자율성 확대...개편 횟수 제한 폐지를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는 반대
잦은 변경 시청자 불편-중소 PP 보호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유료방송 채널 정기개편 횟수 확대를 추진한다.

유료방송 채널 개편 자율성을 확대하기 위해 정기개편을 기존 1회에서 2회로 확대하되, 조건부 2회로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과기정통부는 IPTV·케이블TV 등 유료방송과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등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유료방송과 PP 의견은 첨예하게 엇갈린다.

유료방송은 채널구성 자율성 확대 필요성과 효율성 강화를 주장한다. PP는 잦은 채널 변경으로 인한 사업 예측성 저해, 채널 경쟁력 약화와 시청자 권익 침해를 우려한다.

과기정통부는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해 4월 중 개선 방안을 확정, 시행할 계획이다.

IPTV·케이블TV 등 유료방송 찬성

IPTV·케이블TV 등 유료방송은 채널 정기개편 횟수 확대에 대해 찬성한다. 일각에서는 정기개편 횟수 제한을 폐지하고 전적으로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현재 기준은 유료방송이 연 1회만 채널 정기개편이 가능하다. 채널 개편이 시청자 불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측면을 고려했다. 그러나 유료방송의 채널 편성 자유를 침해하고 경쟁력을 저하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카테고리별 채널…PP 우려는 기우

유료방송은 현재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가 우려하는 무분별한 채널 변경이 구조적으로 어렵다고 역설했다.

IPTV와 케이블TV는 현재 1번부터 999번까지 무작위로 번호를 배정하는 게 아닌 카테고리별로 채널 번호를 배정한다. 카테고리 내에서만 번호 이동이 이뤄질 수 있는 구조다.

송출 수수료와 PP 프로그램 사용료도 별도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송출 수수료는 좋은 번호를 임대하는 차원에서 시장경제 원리가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한정된 번호 중 앞 번호 등 선호 번호는 수수료가 상대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한정된 채널 번호가 유료방송에 '인벤토리'라는 측면에서도 횟수 확대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IPTV방송협회 관계자는 “미국·일본 등 해외 채널 편성 사례를 확인했지만 정부에서 규제하는 경우를 찾기 어려웠다”며 “유료방송 경쟁력 강화와 채널 편성 자율권 확대 차원에서 정부 방침인 정기개편 연 2회 확대를 찬성한다”고 말했다.

◇유료방송·PP 모두 손해 보는 구조

유료방송은 현행 정기개편 제한이 PP에도 제약이 되는 규제라고 지적했다. 연 1회에 한해 개편할 수밖에 없는 상황 때문에 상반기 채널 변경 계약을 체결하든 하반기에 계약을 체결하든 개편 시점이 동일하다.

유료방송 관계자는 “모든 계약 체결이 완료돼야 개편이 가능하다”며 “서둘러 계약을 완료한 PP는 프로모션을 하고 싶더라도 무작정 기다릴 수밖에 없고 일부 PP는 이 같은 구조를 악용해 차일피일 계약을 미룬다”고 말했다.

협상이 안되는 PP가 있으면 채널 정기 개편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일부 PP가 협상 지연 전략으로 계약 체결에 경쟁우위 확보 수단으로 삼는다는 게 유료방송 관계자 전언이다.

정기개편이 연 2회로 늘면 1차 개편 때 우선 계약 체결이 완료되고 다른 채널과 이해충돌이 없는 PP에 한해 채널 변경이 우선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채널 계약 지연에 따른 불이익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신규 채널 경우에도 우선 빈 번호에 채널을 편성했다. 이후 정기 개편 때 조정했지만 2회 개편으로 늘면 전략적 편성이 가능할 것으로 유료방송은 기대한다.

◇OTT와 경쟁에서 유료방송 역차별

유료방송은 방송환경이 다변화되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규제는 완화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장으로 채널 순번이 무의미해진 만큼 채널 규제는 또 다른 역차별이라고 지적한다.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OTT 진출이 예상되고 CJ ENM·JTBC가 OTT 합작법인 설립을 예고했다. 국내 유료방송 시장 지각변동이 불가피하고 경쟁은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넷플릭스, 웨이브, 왓챠플레이 등 OTT는 케이블TV·IPTV 중심 유료방송 시장 신흥 강자다. 월정액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 유료방송 주요 수익원 중 하나인 주문형비디오(VoD) 매출을 떨어뜨리는 경쟁자로 분류된다.

유료방송과 동일한 콘텐츠를 다수 제공하지만 채널 규제 적용을 받지 않는다. 소비자 취향과 성향에 맞게 콘텐츠를 배치하는 등 유연한 사용자인터페이스(UI)와 사용자경험(UX)을 제공한다.

UI·UX 등 경쟁 측면에서 유료방송이 불리하다는 입장이다. 소비자 취향에 맞는 채널 편성 등을 할 수 있도록 정기개편 횟수를 늘려,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해달라는 게 유료방송 의견이다.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반대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는 유료방송 정기개편 횟수 확대가 유료방송 입장만 고려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잦은 채널 변경에 따른 부담은 고스란히 시청자와 PP에 전가되는 제도 변화라는 입장이다. PP는 매년 번호가 바뀔 수 있다는 불확실성을 감수해야 하고 시청자는 선호 채널 변경 가능성이 커지는 등 불편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기개편 확대는 수익 확대 수단

PP는 유료방송이 정기개편 횟수를 연 2회로 늘리려는 목적이 수익 창출에 있다고 보고 있다.

채널 개편 권한을 가진 유료방송이 수익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홈쇼핑·대형 PP 등 사업자를 압박할 수 있다는 우려다.

정기 개편이 매출을 극대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특히 홈쇼핑 사업자에 송출 수수료를 인상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우려한다.

PP관계자는 “유료방송에 친화적 PP 계약을 우선해 개편하고 협상이 까다로운 사업자는 연말에 계약을 강요하는 2017년 이전 관행이 재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과기정통부가 제시한 전면 개편과 전체 운용채널 15% 이하 채널 변경만 허용한다는 방침 역시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기준 유료방송 채널 개편 비율은 10~20% 수준이다. PP는 2차 개편 시 15%까지 변경을 허용하는 것이나 다름없어 실질적인 제약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횟수 제한은 중소PP 보호 장치

현행 정기개편 연 1회 규제는 유료방송 자율권 확대와 협상력 열위에 있는 PP 보호라는 명분이 팽팽히 맞선 상황 속 우여곡절 끝에 2018년 확정됐다.

PP는 당시보다 대형 사업자 중심으로 재편된 유료방송 시장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LG유플러스와 LG헬로비전,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사례처럼 인수합병(M&A)으로 몸집이 커진 유료방송을 PP가 상대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IPTV와 케이블TV를 동시에 운영하면서 800만 가입자를 둔 초대형 유료방송을 개별 PP가 단독 상대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PP관계자는 “잦은 채널 변경으로 인한 시청자 불편이 커지고 유료방송 협상력만 강화돼 PP 콘텐츠 제값 받기가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라며 “관행이 돼버린 계약 지연이 고착화될 우려가 있다”고 내다봤다.

또 IPTV가 M&A 당시 약속한 유료방송 시장 발전·상생 방침과 채널 정기개편 확대는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한 번의 정기개편 협상 과정도 어려운 데 두 번이나 정기개편을 실시하는 것은 PP에 부담이라는 입장이다.

◇제도 변경 과정에서 PP 소외돼

PP가 소외됐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과기정통부가 제시한 방안에 PP 입장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PP는 대형 유료방송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된 상황에서 유료방송 입장을 고려한 제도 개편이 나온 배경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일각에서는 과기정통부가 대형 유료방송 편의를 봐준 것이라고 비판한다.

아울러 제도 변경 과정에서 유료방송뿐만 아니라 시청자와 PP 등 전체 유료방송 시장 성장에 도움이 될지 확인하는 과정이 빠졌다고 지적했다. 매년 채널 변경으로 경쟁력을 잃는 PP나 채널 변경에 따라 불편함을 겪는 시청자 입장은 고려되지 않았다는 시각이다.

PP 프로그램 사용료 계약이 제때 이뤄지면 현행 연 1회 정기개편으로도 충분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김문연 한국PP진흥협회장은 “PP 프로그램 사용료 계약이 매년 지연돼 유료방송 채널 계약까지 늦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면서 “상반기 중 올해 PP 사용료 계약, 하반기에 내년도 계약을 마무리하고 채널 개편 계약에도 적극 협조하는 문화를 정착시키는 등 유료방송 시장 제도 전반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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