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전기차 초급속충전기 120대를 구축·운영할 사업자를 선정한다. 사업비(약 250억원)는 현대차그룹이 내지만 구축과 운영은 중소 전문업체에 맡길 계획이다. 아직 초기인 국내 충전서비스 시장 생태계 조성을 위한 상생 모델이다. 직접 사업에 나서는 국내외 대기업들의 행보와 대비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이 올해 전국 휴게소와 각종 시설물에 구축하는 전기차 초급속 충전기 120대 구축과 운영을 위한 사업자를 이달 중에 선정한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 위주로 운영하는 전기차 초급속충전소 브랜드 '하이차저'를 기아차·제네시스를 포함하는 그룹 브랜드로 통합하고 충전인프라를 대폭 확대 구축한다.
초급속 충전기(350㎾급) 120대를 구축하는 올해 사업만 대략 250억원 규모다. 국내 민간 업체가 충전인프라에 투입하는 최대 투자 규모다.
당초 현대차그룹은 일부 수익성을 고려한 독자 충전 사업을 고려했지만 중소기업이 주류인 국내 충전서비스 시장 생태계 조성을 위해 운영권을 전문업체에 맡기는 방식으로 전략을 바꿨다. 국가 보조금에 의존하지 않고 수백억원 규모의 민간 투자도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다수 기업이 국가 충전기 예산만 믿고 충전서비스 사업에 진출하는 것과 달리 현대차그룹은 자체 예산을 투입하는데도 직접 충전 사업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안다”면서 “이는 기업 이미지를 고려해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충전서비스업계와 경쟁하지 않겠다는 경영진의 판단으로 풀이된다”고 해석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달 중에 전담 충전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충전소 구축과 운영을 구분해 사업자를 선정할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현대차그룹은 연내 전국 20개 휴게소와 주유소 등 생활시설에 초급속 충전소를 완공한 뒤 이르면 올해 말부터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현재 '하이차저'가 들어설 고속도로 휴게소는 여주, 안성, 함안, 하남 등 휴게소이다. 하이차저를 이용하면 배터리 용량 64㎾h 기준 전기차의 경우 단 2~3분 충전만으로 100㎞ 이상, 7~8분 충전만으로 300㎞까지 주행할 수 있는 전기를 충전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초급속 충전기가 들어서는 전기차용 충전소를 올해 안에 전국 20여곳에 구축할 계획으로, 부지 선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충전소 구축과 운영에 위한 협력사를 선정할 방침이지만 구체적 시기를 밝힐 단계는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한편 현대차 브랜드는 지난해 11월 현대차 '모터스튜디오 고양'에 최대 350kW급 초급속충전기 2대를 설치했다. 서울 강동구 길동에 있던 SK주유소 부지에도 초급속 충전기 8대를 갖춘 '하이차저' 충전소를 올 상반기 안에 구축할 계획이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