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인 23일 오전 9시, 광주시립도서관은 '임시휴관'이라는 안내문을 내건 채 외부인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었다. 도서관은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지난 22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모든 열람실과 자료실을 휴관하기로 결정했다. 미처 휴관 사실을 모르고 휴일을 맞아 도서관을 찾은 이용자들은 안내문을 한동안 바라보다 이내 발길을 되돌렸다. 당직 근무를 위해 출근한 직원들은 연신 울리는 전화를 받느라 분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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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립도서관은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지난 22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모든 열람실과 자료실을 휴관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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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인 23일 광주시립도서관을 찾은 이용자가 임시휴관이라는 안내문을 바라보고 있다.

오전 10시, 광주에서 가장 큰 O웨딩홀에서는 예식장 직원과 하객 대부분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예약 상담실과 연회장 출입구 옆에는 손 소독제가 비치돼 있었다. 곱게 단장한 신랑·신부와 혼주들은 하객들과 악수 대신 눈인사와 목례로 인사를 주고 받기도 했다.

한 신랑 아버지는 “결혼식에 직접 못가고 계좌로 축의금을 보낸다고 미안해 하는 지인들이 상당수 됐다”며 “나라 전체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서운하지만 어쩔 수 없지 않느냐”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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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광주 O웨딩홀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하객이 역시 마스크를 착용한 혼주측에 축의금을 접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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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광주 O웨딩홀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하객이 마스크를 착용한 혼주측에 축의금을 접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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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광주 O웨딩홀에서 모두 마스크를 착용한 하객과 혼주를 대화를 나누고 있다.

50대 회사원은 “같은 사무실에 근무하는 여자 후배의 결혼식이라서 어쩔 수 없이 왔다”며 “축의금을 접수하고 후배 얼굴만 보고 식사는 하지 않고 서둘러 귀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광주에서는 지난 20일부터 22일 사이 신천지 신도 5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진정 국면에 들어가는 듯 했던 코로나19 공포가 다시 시내 전역으로 휘몰아치고 있다. 지난 20일 0시를 기해 코로나19 확진자 및 접촉자 전원 격리 해제를 발표하면서 '청정 광주'를 강조한 광주시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시는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등 대기업부터 소상공인, 자영업자에 이르기까지 코로나19 후유증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원자재 대부분을 중국에서 수입해 사용하고 광통신 부품 업체들은 원자재 재고 물량이 소진되는 '3월 위기설'이 현실화될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부 업체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공장 가동을 축소하거나 중단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광주첨단산단 광통신 부품업체 대표는 “지금까지는 확보해놓은 원자재 물량으로 공장을 정상 가동했지만 앞으로 10여일 뒤가 문제”라며 “국산 원자재를 사용할 경우 생산단가가 올라가 수지타산이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제때 납품을 못할 경우 자칫 공급처를 잃을 수 있다”며 긴 한 숨을 내쉬었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