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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유난히 따뜻한 겨울이다. 강원지역 1월 평균 기온은 영상 1.4도로, 기상관측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포근한 겨울을 반기는 사람이 많지만 농가 근심은 깊어 가고 있다. 당장 병충해 피해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12월 1일부터 이달 19일까지 강원도 최저기온은 평년보다 3.3도 높았다.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꽃매미, 갈색날개매미충 등과 같은 돌발해충의 부화율이 지난해보다 높아질 전망이다.

과수 가지와 잎에 집단으로 기생해 수액을 빨아 먹어 나무를 말라 죽게 하고 과실 품질을 떨어뜨리는 해충이다.

과수 품질도 떨어진다. 날이 따뜻하면 월동 과수가 일찍 잠에서 깨는데 기습 한파와 꽃샘추위가 닥쳤을 때 동해·저온 피해에 견디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겨울철 기온 상승으로 남쪽 지방에서나 볼 수 있었던 병해충의 북상도 가속화되고 있다. 과거 남부지방에만 나타나던 벼줄무늬잎마름병이 일순간 경기도까지 북상한 게 대표 사례다. 일각에선 열대지방 병해충이 우리나라에까지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동장군은 병해충 방역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강원도 병해충 발생 지역 면적은 2015년 9개 시·군 28.4㏊에서 2016년 11개 시·군 61.5㏊, 2017년 16개 시·군 131.5㏊, 2018년 16개 시·군 750.2㏊로 급속 증가했다. 한파가 잦았던 2019년은 평균기온 하락으로 14개 시·군에서 509㏊의 피해가 났다. 전년 대비 241.2㏊ 줄어든 수치다.

반대로 온난화가 가중되는 상황을 감안하면 앞으로 병해충 피해는 갈수록 커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온난화로 인한 병해충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얘기가 아니다. 세계가 기온 상승에 따른 병해충 문제를 심각한 위기로 인식하고 있다.

중국과 미국, 프랑스, 스페인, 필리핀, 독일, 벨기에 등 국제 공동연구팀은 지금까지 발표된 관련 논문을 종합 분석해 지구 평균 기온이 1도 상승할 때마다 밀 생산량은 평균 6.0%, 쌀 생산량은 3.2%, 옥수수 생산량은 7.4%, 콩 생산량은 3.1%나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고했다.

미국 워싱턴대와 콜로라도대, 버몬트대, 스탠퍼드대 공동연구팀은 수십 년 동안 38종의 해충 대상 실험을 통해 기온 상승에 따른 대사율과 번식률 변화를 분석했다.

기온이 올라갈수록 해충 대사율이 높아지면서 식욕이 급증하고 번식력도 왕성해졌다. 곤충은 외부 온도에 따라 체온이 변하는 변온동물이다. 기온 상승에 따라 체온도 오른다. 산소 소비량이 증가하고 에너지 요구량이 늘어나는 등 신진대사율도 동반 상승한다.

연구팀은 지구 평균 기온이 1도 상승할 때마다 해충이 크게 늘어 세계 쌀과 옥수수, 밀의 수확량 손실이 10~25%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기온 2도 상승 시 해충으로 인해 감소하는 주요 곡물의 양은 2억1300만톤이나 될 것으로 추산했다.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온난화가 가속화될수록 곡물 생산량은 감소하고 병해충 번식이 왕성해진다. 이는 인류가 섭취하는 주곡이 부족한 식량난 사태가 언제든 벌어질 수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