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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일 필자는 태국 방콕에서 열린 라인 데모데이에 심사위원 자격으로 참석했고, 발표한 6개 스타트업의 수준에 상당히 큰 감명을 받았다. 총 100개 정도의 태국 스타트업이 지원했고, 그 가운데 파이널 데모데이에 6개가 남았다. 이들 모두는 미래 태국의 유니콘 후보군이다. 멤버십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초코CRM(ChocoCRM)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마케팅 인플루언서를 매칭하는 텔스코어(Tellscore)가 업무처리외주(BPO) 대표 스타트업으로 소개됐다. 온·오프라인연계(O2O) 서비스로는 스파와 마사지 등 서비스 통합 애플리케이션(앱) 플랫폼 고와비(GoWabi)와 플랫폼 노동자 서비스 시크스터(Seekster)가 꼽혔다. 마지막으로 핀테크 분야에서 개인화 투자 큐레이션 서비스 피노메나(Finnomena), 자동차 보험 관련 플랫폼 서비스 클레임디(ClaimDi)가 돋보였다.

2016년부터 태국 스타트업 생태계를 모니터링했지만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베트남에 비해 활성화 정도는 떨어지고 있다.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베트남은 대체로 많은 수의 스타트업 창업자가 글로벌 투자자와 좋은 관계를 맺고 많은 투자를 받고 있다. 2018년 태국 창업에 대한 스타트업 투자는 6100만달러에 불과했지만 인도네시아는 30억달러, 베트남은 8억9000만달러, 말레이시아는 1억4800만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경제 규모 대비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가 다소 더딘 태국에 한국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2019년 태국 현지에서 이미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라인 스케일업 프로그램은 앞으로 3~5년 안에 최초의 타이 유니콘을 만들기 위해 매년 예산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라인 스케일업 프로그램은 2018년에 파일럿 론칭해 선정된 50여개 스타트업에 라인의 상업용 마케팅 계정을 1년 동안 무료 제공하면서 스타트업들이 어떻게 성장하는지를 실험했다. 그 결과 2019년에 극 초기 단계 스타트업보다는 시리즈A 이상, 리소스를 갖춘 스타트업이 라인과의 협업이 가능한 스타트업군이라고 판단해 시리즈A 대상 스타트업군을 104개 모집해서 6개월 동안의 교육을 통해 파이널 데모데이에 6개사를 선정했다. 6개 스타트업의 평균 기업 가치는 1200만달러다.

2020년 이후 프로그램 운영 계획은 태국 스타트업 대상의 라인 스케일업 프로그램과 해외 스타트업 대상의 태국 진출향 프로그램을 동시에 진행한다. 후자는 태국 진출을 원하는 한국 스타트업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5월까지 지원서를 접수하고 6월 피칭을 통해 선정한 후 7~11월 프로그램을 운영, 12월에 데모데이 및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정부의 신남방정책에서 우리나라 자본이 동남아시아 스타트업들에 투자되고 성공 사례가 나오는 일은 우리 스타트업이 해외에 진출하는 일만큼 중요하다. 이미 중국이나 일본 자본은 체계를 갖춰 동남아시아 스타트업 생태계에 뿌리 깊게 진출해 있다. 액셀러레이터나 벤처캐피털이 동남아 스타트업에 투자할 수 있는 환경 체계가 마련되도록 민·관이 힘을 합쳐 노력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중심으로 스타트업 투자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는 태국은 관심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고, 투자자들도 체계화해서 참여할 필요가 있다. 실제 태국 스타트업 밸류는 주변국인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베트남보다 저평가돼 있다. 저평가도 투자 기회이기는 하지만 태국의 채팅과 커머스 플랫폼을 장악하고 있는 라인과 협업, 수요연계형 액셀러레이팅이 가능한 것도 특징이다. 많은 투자기관이 동남아시아 시장에 관심을 보이기를 기대한다.

전화성 씨엔티테크 대표이사 glory@cnt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