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산업혁명 이후 250여년 동안 산업화가 진행된 결과 우리의 삶 전반이 윤택해지고 편리한 세상이 됐다. 그러나 동시에 지역 간, 세대 간, 남녀 간 불평등이 점점 확대돼 사회를 불안하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2010년 말 아랍의 봄이나 스페인의 분노한 사람들 시위가 2011년 9월 17일 시작된 '월가를 점령하라'로 이어지고, 2011년 10월 15일 82개국 1500개 이상 도시에서 '우리는 99퍼센트다'로 번졌다. 극심한 불평등으로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고 좌절감에 빠진 많은 사람이 기존 경제 질서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이를 계기로 불평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으며,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가 풀어야 할 숙제의 하나가 됐다. 여기서는 불평등을 초래하는 원인 가운데 하나로 인식되고 있는 기술 혁신이 소득 불평등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기술 혁신은 상반되는 양면성을 띠고 있다. 신기술 개발 영역과 신기술 수용 영역에서 각기 다른 방향으로 작용한다.
기술은 더 많은 수익을 올리는 방향으로 발전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기술 혁신은 계속될 수밖에 없으며, 경쟁에서 살아남는 기술이 시장을 지배하기 때문에 점점 더 높은 수준의 기술 혁신이 필요해진다. 기술 혁신에 대한 요구가 강해짐에 따라 점점 더 신기술 개발에 중점을 두는 기술 편향이 심해지고, 기술 집약도 또한 높아지기 때문에 전문 인력 수요가 점점 늘어난다.
20세기 동안 기술 혁신이 전문성에 의존하는 정도가 계속 커져 왔으며, 특히 지난 30년 사이에 더욱 커졌다. 1970년대 이후 마이크로칩, 컴퓨터, 자동제어 기계, 정보통신 기기 등 기술 집약형 산업이 급속도로 팽창하면서 전문 인력 수요가 급증했다. 고도로 훈련된 전문 인력 양성에 필요한 교육이나 훈련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전문 인력 고용을 위해 투입해야 하는 비용은 빠르게 늘어 왔다.
기술 개발 영역과 달리 신기술 수용 영역에서는 기술 혁신이 다른 방향으로 작용한다. 생산 활동에서는 얻을 수 있는 수익률이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기술 혁신은 비용, 특히 노동 비용을 줄이는 영역에 집중 활용됐다.
노동 집약형 산업 시기에는 값비싼 고급 노동력을 저비용 노동력으로 대체하는 방편으로 기술 혁신을 수용함에 따라 저소득층이 산업화에 합류해 일하는 노동 인구 수는 늘었다. 그러나 이들의 수입은 산업 성장에 비해 크게 늘지 않았다.
기술 집약형으로 발전한 시기에는 빠른 자동화로 노동 인력이 산업 로봇으로 대체됨에 따라 저소득 근로자의 수입 증가율이 낮아지고 직업의 안정성마저 나빠지는 상황이 초래됐다.
이러한 기술 혁신의 양면성 때문에 기술 혁신 주도 영역과 기술 혁신 수용 영역이 점차 분리되고, 두 영역 간 소득 불균형이 확대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에서 지난 수십년 동안 수입 불균형이 급격하게 늘었다. 미국의 경우 대학 졸업자와 고등학교 졸업자 간 연봉 차이가 1979~1995년에 25% 이상 증가했다. 1971년 상위 10% 근로자는 하위 10% 근로자보다 약 2.7배 더 많은 급여를 받았지만 1995년에는 약 3.7배 더 많이 받는 수준으로 소득 불균형이 증폭됐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자율로봇 등 혁신 기술은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킬 수도 있지만 이들 혁신 기술은 이전의 기술보다 난제인 불평등 규모 축소에 훨씬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특성이 있다는 역설도 존재한다. 기술 혁신을 수용하는 패턴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불평등이 더욱 확대되면 4차 산업혁명 진행에 장애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적극 대응이 필요하다.
다음 주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직업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박종구 나노융합2020사업단장, '4차 산업혁명 보고서' 저자 jkpark@nanotech2020.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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