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로 여행업과 소비자가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공정거래위원회 고심이 크다. 현재 시점에서 여행 환불 관련 약관을 고치기보다 양자에 고통분담을 요청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13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최근 공정위는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소비자원, 한국여행업협회와 현안회의를 열었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위약금을 면제해달라는 소비자 민원이 급증하면서 대책을 강구하기 위해서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3일까지 2주간 관련 상담을 신청한 건수만 3400여건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460건)보다 8배가량 급증했다.
이 같은 위약금 분쟁은 감염병이 천재지변에 해당하는 지를 두고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현재 공정위의 '국외 여행 표준약관'을 보면 '천재지변, 전란, 정부의 명령 등으로 여행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해 여행 계약을 변경할 수 있다'라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공정위의 소비자 분쟁 해결 지침도 천재지변에 한해 소비자에게 계약금을 환불토록 규정하고 있다.
소비자는 감염병을 천재지변 상황으로 보고 위약금을 없애거나 최소화해야 한다고 보지만, 여행사 측은 난색을 표한다.
사실상 여행업 피해도 만만치 않아서다.
한국여행업협회에 따르면 설 연휴 직전부터 지난 3일까지 주요 12개 여행사의 아웃바운드(내국인 국외여행) 취소 인원은 6만1850명으로, 피해액이 299억원에 달한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여행일정을 시일 앞두고 상품을 해약하면 여행사는 사실상 전액 손해를 보게 된다”면서 “소비자들이 위약금을 받아도 사실상 현지 숙박 업체에 돌려줘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견 폭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여행사는 국외여행 표준약관에 따른 위약금을 적용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사스와 메르스 사태 당시 위약금 분쟁을 겪고도 정부 차원에서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지 않은 탓이다.
그러나 공정위는 소비자와 여행업이 모두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에서 한 쪽 시각에서만 약관을 수정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일각에선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을 천재지변으로 반영해 표준계약서 약관 및 소비자 분쟁 해결 지침을 개정해 환불 문제를 해소해야한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약관을 수정하더라도 위약금 면제해주는 여행 국가를 선정하는 것부터 논의하는 등 검토해야할 사안이 산적해 있다.
여행업 또한 중국, 홍콩 등 국가에 위약금을 자발적으로 면제해주고 있는 상황이지만 문제는 소비자들의 위약금 면제 요청 여행국 범위를 늘리고 있어서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재 시점에서 약관을 수정해 위약금 면제를 하는 등 어느 한 쪽에 무게를 둘 수는 없다”면서 “앞으로 여행업협회, 소비자원, 문체부와 관련 현안에 대해 회의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재희기자 ryu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