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법' 시행령 살펴보니
'조건부지분인수계약' 방식 도입
후속투자 평가 따라 지분율 산정
초기 창업기업 투자 활성화 기대

11일 벤처투자촉진법(이하 벤처투자법) 공포에 따라 액셀러레이터(AC)의 벤처펀드 조성, 벤처캐피털(VC)의 투자 영역 확대 등 그간 업계 숙원 과제로 여겨졌던 각종 규제가 해소될 전망이다. 벤처투자법은 시행령 등 하위법령 제정 작업을 거쳐 7월 11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벤처투자법 제정에 따라 우선 조건부지분인수계약(SAFE)이라는 투자 방식이 새로 도입된다. SAFE는 쉽게 투자자가 투자 시점이 아닌 후속 투자에서 평가한 가치에 따라 지분율을 산정하는 투자 방식이다. 이자율이나 만기 시점 등 조건이 없고 초기에 창업자 지분 희석이 발생하지 않아 경영권 방어에 유리하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초기 투자에 주로 활용된다.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SAFE가 자본시장법상 규제를 피할 수 있도록 하는 양도제한규정 도입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벤처투자 적용 범위도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새롭게 논의된다. 제정 벤처투자법은 민간의 창의적인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사행산업 등 일부 분야를 제외하고는 포괄적으로 다양한 업종에 대한 투자를 열어뒀다. 법 제정 이전까지는 불분명한 규제로 인해 핀테크, 블록체인 등 4차 산업혁명 분야에 대한 벤처투자가 제한이 있었다.

VC업계 관계자는 “협회에서 윤리위원회를 꾸려 투자 금지 업종을 자체적으로 규정하는 등 민간 차원의 논의가 활발히 이뤄질 것”이라면서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도 중기부에 의견을 적극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액셀러레이터의 벤처펀드 결성 요건은 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중기부는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벤처펀드 결성이 가능한 액셀러레이터의 기준을 별도로 정할 계획이다. 특히 최근 액셀러레이터가 200개에 이를 정도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양적 성장을 넘어 액셀러레이터 시장의 질적 발전이 필요성이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기부에서는 자본금, 상근 전문인력, 시설 보유 여부 등을 고려해 대형 액셀러레이터 등장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시행령을 제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창업투자회사 등 VC와 마찬가지로 액셀러레이터에 대한 시정명령 근거도 마련할 예정이다.

VC의 벤처펀드 의무 투자 비율 역시 시행령 단위에서 논의할 과제다. 중기부는 벤처펀드의 상장법인 투자 비중 등 구체적 사안을 벤처캐피탈협회 등 의견을 수렴해 시행령에 반영할 방침이다.

개인투자조합 업무집행 조합원(GP)이 조합 운용에 따른 성과보수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구체적인 투자수익 산정 방식 등도 시행령에 담긴다. 아울러 개인투자조합의 업무 방식을 확인·감독, 등록을 취소 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도 담을 예정이다. 최근 엔젤투자가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다.

벤처캐피탈협회는 중기부의 벤처투자법 시행령 초안이 나오는 대로 VC업계 주요 관계자들로 구성된 기획위원회를 구성해 벤처투자 시장 활성화를 위한 업계 의견을 개진할 계획이다.


정성인 벤처캐피탈협회장은 “벤처투자법 제정으로 VC들도 이제 투자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 더욱 전문성을 강화해야 할 때”라면서 “중기부와 한국벤처투자 등에 업계 의견을 적극 알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