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항공권 구재자는 적립률
저가 예매자는 공제량서 이득
2003년 받아들인 스카이패스 근거
불공정 판정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대한항공 마일리지 공제량 변경

공정거래위원회가 소비자단체, 법무법인 신고를 받아 대한항공 마일리지 약관 심사에 착수했다. 대한항공 마일리지 제도 개편 근거인 약관에 불공정 약관 조항이 있는지 심사하게 된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12월 새로운 마일리지 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마일리지 적립률 및 공제량을 고지기간 3개월 포함 총 유예기간 15개월을 두고 2021년 4월부터 변경·시행한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권고한 '마일리지+현금' 복합결제는 2020년 11월 시행하기로 했다.

공정위 약관 심사에 대한항공뿐 아니라 항공업계 관심사다. 약관 심사 결과는 향후 다른 국내 항공사 마일리지 제도 개편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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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바뀌나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적립률 일부 하향 조정은 2002년 이후 19년 만에, 일반석 공제 마일리지 부분 인상은 17년 만에 이뤄지는 조치다.

대한항공은 마일리지 적립률과 공제량을 고가 항공권을 구매하는 고객(적립률), 단거리 저가 마일리지 항공권(공제량)을 예매하는 고객이 유리하도록 변경한다.

마일리지 적립률은 20개 예약등급 중 5개 등급을 늘리고, 8개 등급 적립률을 변동없이 유지한다.

일반석 13개 등급 중 7개 등급 적립률은 줄인다. K·L·U 등급은 100%에서 75%로, G 등급은 80%에서 50%로, Q·N·T 등급은 70%에서 25%로 하향조정한다.

대신 일등석·프레스티지석 적립률은 상향조정한다. 일등석 P등급은 200%에서 300%로, F등급은 165%에서 250%로 오른다. 프레티지석 J·C·D 등급도 200%, 175%, 150%로 조정된다.

마일리지 공제량은 기준을 지역에서 운항거리로 바꾸면서 장거리는 늘고, 단거리는 줄었다.

과거에는 미주 지역으로 묶인 호놀룰루와 뉴욕 마일리지 공제량은 3만5000점으로 같았다. 하지만 개편 이후에는 가까운 호놀룰루는 3만2500점으로 2500점이 줄고, 먼 뉴욕은 4만5000점으로 1만점이 늘어난다.

인천에서 가까운 중국, 일본, 동남아 마일리지 공제량은 일반석 기준으로 줄었다. 블라디보스톡·칭다오·후쿠오카는 1만5000점에서 1만점으로, 상하이·오사카·타이베이는 1만5000점에서 1만2500점으로, 다낭·세부·하노이는 2만점에서 1만7500점으로 하향조정된다.

대한항공은 중국, 미국 등은 동일 지역 내 2000마일 이상 운항거리 차이가 있는 도시가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유류할증료가 적용되는 10개 구간으로 마일리지 공제 기준을 변경했다며 글로벌 기준에 맞게 변경했다고 부연했다.

◇개편 근거는

대한항공은 스카이패스 약관에 근거해 마일리지 제도 개편을 예고했다. 스카이패스 약관은 대한항공이 2003년 마일리지 제도 개편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공정위 시정명령을 받고 보완해 제출, 받아들여진 약관이다.

공정위는 당시 대한항공이 제도 개편 사유를 약관에 막연히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로 명시, 자의적 해석이 가능하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또 고객이 수년간 누적·취득한 마일리지를 불이익 없이 사용하기에는 고지기간 3개월을 포함한 총 유예기간 9개월이 짧다고 판단했다.

대한항공은 공정위 시정명령을 받고 마일리지 변경사유를 구체화하고 총 유예기간을 늘리는 등 약관을 수정했다.

현재 대한항공 스카이패스 약관은 고지기간 3개월을 포함한 총 유예기간을 15개월로 규정하고 있다.

제도 개편 사유도 △국가 경제의 심각한 악화 △국가 신인도의 급격한 하락 △국제적 제휴를 위해 글로벌 기준 격차 해소가 불가피한 경우 △항공 수요 급격한 변화 등 영업 환경 변화 등으로 구체화했다. 대한항공이 추진한 이번 마일리지 제도 개편 배경은 '국제적 제휴를 위해 글로벌 기준 격차 해소가 불가피한 경우'로 풀이된다.

공정위는 2003년 시정명령 이후 대한항공 제안한 총 유예기간 15개월도 부족하다고 판단, 추가 권고를 통해 27개월로 늘렸다. 다만 15개월이 적힌 이용약관에는 추가 시정명령을 내리지 않고 받아들였다.

공정위가 당시 문제삼지 않았던 약관을 불공정약관으로 규정, 대한항공 마일리지 제도 개편에 제동을 걸 경우 과거 판단을 번복한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는 처지다.

'현금+마일리지' 복합결제 도입은 대한항공이 마일리지 사용 용이성을 높이기 위한 공정위 권고를 받아들인 것이다.

◇해결 방안은

소비자 반발 배경은 기존 마일리지 가치 하락이다. 마일리지는 소비자 자산인데 대한항공 마일리지 제도 개편으로 재산권을 침해당한다는 주장이다.

대한항공이 총 유예기간을 15개월로 제시했지만, 목표로 한 마일리지 항공권을 내년 4월까지 구매할 수 없는 소비자는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마일리지 적립을 위해 수년간 저비용항공사(LCC)가 아닌 대한항공을 이용하고, 제휴 신용카드까지 사용한 소비자가 억울한 상황이다.

공정위가 과거 받아들인 약관을 불공정하다고 판단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소비자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대한항공에 유예기간 연장을 권고할 가능성은 커 보인다. 기업이 전략적으로 고객별 혜택을 조정하는 행위를 막는 게 부담스럽기에 절충점을 찾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한항공도 제도 시행만 가능하다면 실보다 득이 많다. 일등석, 프레티지석, 일반석 비중을 고려하면 마일리지 제도 개편 시 부채로 인식되는 마일리지 적립량이 줄고, 소진량이 더 많아지는 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마일리지 제도 개편 내용을 개편안 시행 시점 이후 적립 마일리지에만 적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마일리지 유효기간 10년 제도가 시행된 후 마일리지에만 적용된 전례가 있다. 대한항공은 2008년 7월 이전, 아시아나항공은 2008년 10월 이전에 쌓인 마일리지는 유효기간이 없다.


허희영 항공대 교수는 “외항사 대비 국내 항공사 마일리지 제도 혜택이 컸기에 소비자 반발이 큰 상황”이라며 “대한항공 마일리지 제도 개편은 글로벌 기준에 맞춘 합리적 변경”이라고 평가했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