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Image

2020년 벽두에 때 아닌 바이러스 돌풍이 세계를 강타했다. 우리나라도 15명 이상 환자가 발생했지만 아직까지 위중한 사람이 없어 다행이다. 정부도 중국 관광과 제주 무비자 입국을 제한하는 한편 14일 이내 중국 후베이성을 방문한 외국인의 입국을 금하는 조치를 내렸다. 때 늦은 조치지만 환영받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미 바이러스가 전 세계에 확산된 터여서 근심은 여전하다. 보건복지부 장관의 약속처럼 “과감한 선제” 대응이 요구된다.

Photo Image

대학이 위험하다. 유학생을 포함해 중국 방문자가 10만명을 상회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방역에 실패하면 대학캠퍼스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신종 코로나·일명 우한폐렴)의 온상지로 변질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대학에 자체 관리 체계를 세워 시행할 것을 권고했지만 대학에는 뾰족한 해법이 없다. 졸업식과 입학식 등 대규모 집회를 취소하고 감염예방수칙을 배포하는 것이 전부다. 학생들의 생활반경이 캠퍼스라는 공간에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영상 강의 시설도 부족하고 강의자 준비도 미흡해 온라인 강의도 여의치 않다. 언제 바이러스가 물러날지도 모르는 현재 무작정 개강 연기도 답은 아니다.

대학에 미루지 말고 정부가 나서서 캠퍼스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 여행을 마치고 대학에 돌아오는 모든 구성원을 검역하고 검진해야 한다. 기숙사 일부는 격리 시설로 지정하고, 의심환자는 격리해서 도시락을 지급하는 등 철저한 방역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대학 보건진료실마다 최소한의 바이러스 검진과 조치가 가능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예산과 인력을 핑계로 회피할 일이 아니다. 대학 방역이 무너지면 정부의 모든 노력은 허사가 될 수 있다.

이번 바이러스로 인한 세계 경제 피해 규모가 200조원으로 예상된다. 우리 정부도 신종 코로나로 강제 격리돼 생계가 어려운 사람에게 긴급생활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국민 생활을 염려하는 정부 대책으로는 생색내기에 지나지 않는다. 식당, 학원, 영화관 등 바이러스 때문에 경제 피해가 예상되는 모든 자영업자의 손실을 일부라도 보상해 줘야 한다. 특히 하루 벌이로 생계를 유지하는 일부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보상해 주지 않으면 그들의 고통은 버티기 어렵게 될 것이다.

Photo Image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신종 코로나 등 신종 바이러스에 의한 전염병 대응은 인류의 숙제다. 지금까지 교훈과 자료를 바탕으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 기반의 예방 및 대응 기술을 개발해서 대비해야 한다. 이와 함께 데이터 사용과 원격 치료를 방해하는 모든 규제의 철폐도 필요하다.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가짜뉴스 유포, 피싱 공격, 사실 왜곡, 개인정보 유출, 사재기 행위 등을 발본색원해야 한다.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자신의 이득을 챙기는 범죄이기 때문이다. 정치권과 언론은 대책회의를 핑계로 현장 담당자를 불러내 더 바쁘게 하는 철없는 행위를 지양해야 한다. 지금은 정부 중심으로 하는 바이러스 확산 억제 업무보다 중요한 일이 없다.

Photo Image

우한 교민 수송에 자원한 승무원, 격리 시설을 청소하고 식사를 준비하는 봉사자, 확산 방지를 위해 밤잠 설치는 현장 공무원, 진료하고 치료하는 의료진 등 수많은 영웅들을 응원하는 한편 존경의 예를 올린다. 언론에 드러나는 얼굴보다 생명의 끈을 지키는 손이 훨씬 많다. 우한 교민의 철수 업무를 완수하고 본연의 업무를 다하기 위해 사무실로 돌아간 정다운 우한 교민 보호담당영사의 고귀한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정부는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