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매크로 금지법 논란 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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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망법 개정안(매크로 금지법·실검법)'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매크로를 활용한 이용자 불법행위를 금지할 뿐만 아니라 네이버나 카카오 등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사에 매크로 기반 서비스 조작을 방지하도록 관리 의무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인터넷이 여론 형성에 절대적 영향력을 가진 만큼 인터넷 질서를 어지럽히는 불법 행위를 차단하자는 취지에는 모두가 공감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매크로 금지법이 정상적인 매크로 활용까지 모니터링 범위에 포함시키면서 인터넷 표현의 자유가 억압될 것이란 반론이 만만치 않다. 기술적으로도 모니터링이 어렵지만 기업 시간과 비용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다.

애매모호한 법안 문구도 논란거리다. 현행법으로도 충분히 인터넷 질서를 유지할 수 있다는 주장도 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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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열린 매크로 금지법에 대한 진단과 논의 세미나에서 최민식 경희대 교수는 형법 제314조(업무방행)를 거론하며 매크로 금지법과 중복성을 지적했다. 세미나 모습.

◇중복규제는 없나

매크로 금지법은 드루킹 사건을 계기로 자유한국당 의원 중심으로 발의가 연이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논란을 거치며 입법 필요성이 화두로 떠올랐다.

매크로는 여러 명령어를 하나로 묶어 자동으로 동일 행위를 반복 수행하도록 하는 프로그래밍이다. 홍보나 광고 등에 주로 사용되지만 개인정보를 탈취, 영화나 쇼핑몰에서 평점 높이기 등에 은밀히 사용된다는 지적도 있다. 정치공작을 위한 여론몰이에 악용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매크로 금지법은 이에 따라 △부당한 목적으로 매크로 사용 금지 △일정 규모 이상 사업자는 서비스가 이용자로부터 조작되지 않도록 기술적·관리적 조치를 취할 것 △타인 개인정보를 이용한 정보통신서비스 조작 금지를 핵심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법안 논의 과정에서 다양한 논란에 직면했다. 중복규제 이슈도 그 중 하나다. 지난 21일 열린 '매크로 금지법에 대한 진단과 논의' 세미나에서 최민식 경희대 교수는 '형법 제314조(업무방해)'를 거론하며 매크로 금지법과 기존 법안의 중복성을 지적했다.

형법 제314조 2항은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 또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하거나 정보처리장치에 허위 정보 또는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정보처리에 장애를 발생하게 하여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별도 매크로 금지법 없이 기존 법안으로도 충분히 정보 조작을 처벌할 수 있다는 얘기다.

◇최대 쟁점은 법안 불명확성

최 교수는 법안이 '부당한 목적' '이용자로부터 조작' 등 표현 정의가 불분명하다고 평가했다.

우선 법이 정의하는 '부당한 목적' 개념이 모호해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할 경우 해석에 따라 얼마든지 처벌 가능성이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한쪽은 '조작', 한쪽은 '홍보'로 볼 수 있다는 의미다. 국가가 개인과 기업에 대해 형벌권을 남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용자로부터 조작'은 사업자가 판단하기가 어렵다. 어디까지를 조작으로 봐야 할지에 대한 정의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최지향 이화여대 교수는 “법이 매크로 부당 사용을 사업자에 넘기니까 판단이 어려워 실검(실시간급상승검색어) 자체를 없애는 것”이라면서 “실검은 환경 감시 등 순기능이 있는 것인데 이런 상황 때문에 이용자가 받아야 할 서비스를 못 받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지은 법무법인 건우 변호사는 “합법적이고 합리적이면서 규제는 최소화하는 법안이 필요하다”면서 “안 되는 행위는 명확히 규제하고 나머지는 모두 허용하는 식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이 법안은 부당한 목적, 조작에 대한 개념 정의가 없다”면서 “안 되는 행위에 대해서는 처벌도 명확히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위헌 가능성도 크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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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열린 매크로 금지법에 대한 진단과 논의 세미나에서 최민식 경희대 교수가 발표한 매크로 금지 관련 법률안 발의 내용

◇기술적으로 불법 판단 어려워

매크로 금지법 관련 이슈 중 하나는 부당한 목적이나 조작 등을 기술적으로 파악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인터넷에 하루에 쏟아지는 기사만 1만4000개가 넘는다. 수십대 PC로 수십만개의 댓글을 달거나 영화 평점을 매길 경우, 관리자가 이를 일일이 읽어보고 문제점 여부를 파악할 수는 없다. 기술적 프로그램으로 대응을 해야 하지만 매크로에 완벽 대응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도정훈 연세대 교수는 “분산서비스거부(DDoS) 공격을 막기 어려운 게 정상적인 트래픽과 악성 트래픽을 구분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라면서 “수천명이 좀비 PC로 매크로를 날리면 문제점 파악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도 교수는 기술적 진화 측면에서도 법 적용 어려움을 예상했다. 매크로 기술이 계속 진화하기 때문에 이를 정의(규제)하는 법은 지속 보존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내외 사업자 간 역차별도 쟁점이다. 매크로 금지법이 통과될 경우 해외 사업자 규제가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구글 등 해외 사업자 규제가 불가능할 경우 국내외 기업 간 역차별 이슈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2017년 국정감사 이후 해외 사업자 규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됐다. 국내 서비스에서 불법 행위가 적발될 경우 서비스 임시중지 방안도 제시됐다. 그러나 국내에 영업소가 없는 사업자에 대한 법 집행 실효성 이슈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표현의 자유 억압해선 안 돼

매크로 금지법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소위에 계류 중이다. 여야 위원은 다음 소위 때 추가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여야가 잠정 협의를 한 만큼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등 다른 법안과 함께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법안이 통과되면 시행 시점까지 대통령령(시행령) 등 세부 조항을 마련한다. 이해당사자 등 업계 의견을 수렴해 마련하는 만큼 논의가 가능하다. 그러나 인터넷 업계는 법이 통과되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네이버나 카카오 등 인터넷 기업은 법적 책임 회피를 위해 매크로 모니터링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표현의 자유가 억압될 수밖에 없다는 게 인터넷 업계 우려다.

인터넷 업체 한 관계자는 “매크로는 지금도 굉장히 많이 사용되는 기술로, 여론 조작 문제라면 현행법으로도 충분히 막을 수 있다”면서 “결국 정치권이 대응하지 못한 이슈를 기업에 떠넘긴 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법 통과 시 대기업은 비용을 투자해 기술적으로나 인력으로 대응이 가능하겠지만 중소기업은 사실상 대응이 불가능하다”면서 “무엇보다 이 법안이 정치권이나 정부의 기업 길들이기용 제도로 전용될 것이란 우려가 가장 크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매크로 금지법 논란은 여론을 바라보는 시각차에서 발생한다고 평가했다. 여론을 다원화된 정치 세력에 의한 의견 형성 과정으로 바라보는 해외와 달리 국내는 지나치게 민감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댓글 등에 의한 사회 논의가 벌어지는 인터넷 공간의 기능과 한계를 지나치게 과대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적당한 규제는 필요하지만 표현의 자유는 건드리지 않고 인터넷의 순기능을 살리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충고도 제시됐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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