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답답함을 토로했다. 경제지표가 상승곡선을 그리는데 국민은 체감하지 못한다는 답답함이었다.
2020년 신년사와 신년기자회견 등에서 강조한 국정 목표 '확실한 변화'도 이 같은 인식을 반영한다. 국민이 확실하게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답답함은 21일 세종청사에서 신임 공무원과 오찬을 하면서도 묻어 났다. 문 대통령은 이들에게 규제 개혁과 혁신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좋은 경제지표와 달리 국민이 체감하지 못한다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역설했다. 공직사회 노력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수출 호조와 소비심리 상승 등을 긍정적 경제지표로 삼았다. 국민 정서와 다른 이야기라는 비판에 대해선 “경제에는 여러 지표가 있다. 긍정지표와 부정지표가 있는데 (대통령 자신이) 긍정지표를 많이 사용했을 수는 있어도 이러한 지표는 팩트”라고 일축했다.
문 대통령이 국민 정서와는 다른 이야기를 했다 하더라도 이를 가까이에서 지켜본 입장에선 문 대통령의 발언이 '팩트'임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진심 어린 표정과 말투로 답답함을 토로한다.
사실 문 대통령이 긍정적이라고 표현한 경제지표는 일반 국민이 직접 피부로 느끼기 어려운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한 거시경제학 전문가는 “지도자로서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한 것 같다”고 표현했다.
이 전문가의 이야기처럼 국민이 체감하는 경제는 일자리와 물가다. 흔히 말하는 바닥경제다. 반도체·친환경차·조선업 수출 호조 등 문 대통령이 말하는 경제지표 상승은 국민이 직접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뜬구름'이라는 얘기다.
이제 설연휴가 시작된다. 시장에서 명절음식 재료를 구입하는 주부와 친지에게 언제 취업하냐는 물음에 시달려야 하는 청년도 답답하다.
설날을 맞아 대통령의 답답함도 국민의 답답함도 시원하게 뻥 뚫리는 그런 한 해가 되면 좋겠다는 소원을 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