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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필 전자신문 산업에너지부 기자.>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 연이어 들려왔다. 미국 화학소재 기업 듀폰이 내년까지 2800만달러(약 325억원)를 투자해 우리나라에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 개발·생산시설'을 짓기로 한 데 이어 동진쎄미켐이 포토레지스트 공장을 증설해서 제품 생산량을 갑절 늘린다는 내용이었다. 포토레지스트는 지난해 7월 일본이 대 한국 수출 규제를 발표한 3개 품목 가운데 하나로, 국내 산업계에 '가뭄 끝에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

우리 정부가 일본의 수출 규제 움직임을 감지한 건 2018년 11월경이다. 당시 정부는 강제 징용 배상 판결에 따른 보복 차원이라는 것도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다. 7개월 이상 시간이 있었지만 일본 정부와의 대화를 통해 사태를 조기에 수습하지 못한 책임에선 자유로울 수 없다. 일본의 수출 규제 발표에 따른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제 조치도 미흡했다는 데 이견이 없다.

그러나 정부가 90% 이상 일본 수입에 의존해 온 포토레지스트 공급다변화 및 국산화에 적극 나섰다는 점은 호평할 일이다. 담당 공무원은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외국 기업을 직접 찾아다니면서 협조를 구했고, 끝내 듀폰의 한국 투자를 유치하기에 이르렀다. 듀폰의 공장 설립은 일본 수입 의존도를 낮춘 것에서 나아가 우리 땅에서 직접 연구개발(R&D) 기반을 다지고 새로운 밸류체인을 조성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각별하다. 동진쎄미켐이 포토레지스트 국산화에 힘을 보탠 사실도 분명하다. 일본 규제가 풀리기만을 마냥 기다렸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물실호기'는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를 나타내는 사자성어다.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는 것이다. 듀폰과 동진쎄미켐 사례는 일본에 기대지 않고 우리나라가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국산화를 실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줬다. 모처럼 찾아온 기회가 일회성 만족에 그쳐선 안 된다. 정부와 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제2의 듀폰, 제2의 동진쎄미켐을 찾는 데 모든 역량을 모아야 한다. 일본이 땅을 치며 뒤늦은 후회를 할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길 바란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