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이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2018년 하반기부터 급락한 메모리 시황이 긴 터널을 지나 마침내 수요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에 주요 제조사별로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키옥시아의 생산 차질, SK하이닉스의 투자 축소 등 기존 중위권 업체들은 주춤대는 반면 삼성전자는 기회를 포착하고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인텔 등 신흥 낸드 강자들의 진입도 상당히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낸드플래시 업계는 올 한해 크게 요동칠 것으로 예상된다.
◇살아나는 낸드플래시 시장
최근 낸드플래시 시장은 재고 수준이 빠르게 정상화되면서 바닥을 치고 상승하는 중이다.
시장조사 업계에 따르면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에 사용되는 낸드플래시 범용제품 128Gb MLC의 12월 가격은 전달보다 2.55% 오른 평균 4.42달러로 집계됐다. 낸드플래시 가격은 지난해 7월부터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12월 말 12% 가까이 올랐다.
실제 재고 상황도 크게 개선된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최근 삼성전자의 낸드플래시 재고가 정상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안다”며 “D램보다 회복이 빠른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 낸드플래시 고정거래 가격이 지난해 하반기보다 30~40%가량 오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치고 달아나는 삼성…악재 쌓이는 키옥시아
수요 회복 및 시장 확대는 기업들에게 성장의 기회다. 그러나 각 업체마다 희비가 엇갈리는 양상이다.
가장 공세적으로 움직이는 회사는 삼성전자다. 낸드플래시 시장 1위인 삼성전자는 올해 중국 시안 2공장에 6만5000장(65K) 규모 설비 투자를 단행할 계획이다. 시황이 개선되는 만큼 증설을 통해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기술력으로도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삼성은 128단 낸드플래시에 한 번에 구멍을 뚫어 전기 배선을 연결하는 '채널홀' 기술로 경쟁사 대비 생산 단가를 20~30% 낮출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반해 중위권 자리를 공고하게 지키던 업체들의 올해 출발은 긍정적이지 않다.
키옥시아는 지난 7일 3D 낸드플래시를 생산하는 요카이치 공장에 화재가 발생했다. 이 화재로 키옥시아는 분기 낸드 생산량의 4%(0.8엑사바이트)를 생산하지 못하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화재 이후 256Gb 트리플레벨셀(TLC) 3D 낸드 현물가격이 일주일 새 4%가 올랐다. 키옥시아는 지난해 6월 대규모 정전 사태 이후 연이어 일어난 악재로 원조 낸드플래시 생산 업체의 자존심을 구겼다.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중위권 자리를 사수해 온 SK하이닉스도 설비 투자 축소로 입지가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특히 수요 회복 조짐에도 지난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투자 감축을 밝힌 SK하이닉스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2018년 준공한 SK하이닉스의 첨단 낸드 생산라인 M15 설비 투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지지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M15는 전체 팹 규모 15%가량을 가동 중인데, 올해 30% 수준으로 늘릴 계획으로 파악된다. 시황 회복세를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투자 규모다. 낸드 사업 적자, 생산 수율 문제 등이 SK하이닉스 투자에 발목을 잡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수율 개선을 위해 지난해 인사에서 낸드사업 관련 인사를 대폭 교체한 것으로 알려진다. SK하이닉스의 낸드 제품군 구성이 탄탄하지 못한 점도 매출 부진의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한 반도체 업체 관계자는 “SK하이닉스 제품군이 고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데이터센터용 낸드플래시보다 일반 소비자용 낸드플래시에 집중돼 있어 상대적으로 큰 매출을 창출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신흥주자 가세 '격전의 낸드'
중위권 업체들의 혼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신흥주자들의 추격은 매서워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중앙처리장치(CPU) 업체인 인텔이다. 지난해 3분기 인텔은 10.9% 점유율로 SK하이닉스 점유율(9.6%)을 앞질러 5위에 오르며 낸드 시장에서도 위력을 과시했다.
인텔은 올해 본격적인 낸드 시장 진입을 선언했다. 기존 모델인 96단 낸드플래시와 함께 올해에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144단 초고용량 낸드플래시를 출시하면서 낸드 시장을 흔들겠다는 포부다.
여기에 내수 시장과 천문학적인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업체들도 시장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칭화유니그룹 산하 YMTC는 독자 낸드플래시 양산 기술인 엑스태킹(Xtacking) 기술을 기반한 64단 낸드 양산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중국 언론에서는 이들이 90단 낸드플래시 생산을 건너뛰고 128단 낸드플래시 양산으로 직행할 것이라는 보도도 나온다.
한 반도체 장비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중국 현지 업체 진입 움직임을 의식해 시안 2공장 건설에 고삐를 죄는 것으로 추측된다”고 전했다.
이처럼 올해 낸드플래시 시장은 삼성의 초격차 전략, 중위권 주요 업체들 고전, 신흥 업체들의 추격 등으로 시장 경쟁이 한층 치열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점유율 쟁탈전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어떤 회사가 주도권을 가져갈지 관심이 쏠린다”고 말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