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월성원자력발전본부 내 사용후핵연료 2단계 조밀건식저장시설(맥스터) 추가 건설을 최종 승인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정부에 맥스터 증설 허가를 요청한 지 약 3년 9개월 만이다.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포화로 월성 2~4호기 가동을 전면 중단하는 최악 상황은 가까스로 피했다. 하지만 중간저장 및 영구처분시설 구축에 관한 정책 수립은 수십 년째 답보 상태여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 10일 제113회 회의를 열고 월성 원전 맥스터 7기 증설을 위한 운영변경허가(안)을 의결했다. 8명 위원 가운데 6명이 찬성했다.
원안위는 지난해 11월 처음 이 안건을 심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고, 비상임위원 여러 명이 현장에 방문해 직접 안전성을 검증한 후 증설을 허가했다.
이병령 위원은 “전문가들이 3년 반 검토한 기술보고서가 있고, 법률구조공단도 심의·가결에 무리가 없다는 의견을 냈다”며 “허가가 안 나면 원자력 발전 자체가 안 돼 전기 수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원안위 심의가 지체됐다면 영구정지가 결정된 월성 1호기를 제외한 월성 2~4호기는 가동 중단이 불가피했다. 한수원도 월성 원전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포화 예상 시기를 2021년 11월로 예상, 1년 7개월 공사 기간을 고려해 늦어도 오는 4월에는 맥스터 7기 착공에 들어가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월성 원전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캐니스터 300기·맥스터 7기) 포화율은 96.5%로, 핵연료봉 전체 저장 용량 33만 다발 가운데 31만8480다발이 채워졌다.
원안위 결정으로 월성 원전 부지에는 핵연료봉 16만8000다발 임시저장공간이 추가로 갖춰진다. 한수원은 원안위의 맥스터 7기 운영번경허가(안) 의결에 따라 △사용후핵연료 재검토위원회 지역공론화 의견 수렴 및 지역과 협의 △경주시에 공작물 축조 신고 완료 후 착공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남은 절차를 거치더라도 4월 착공에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맥스터는 '임시저장시설'에 불과하다. 7기를 새로 짓더라도 약 40년 후에는 결국 중간저장을 거쳐 영구처분시설로 옮겨야 한다. 핵폐기물을 인간 생활권으로부터 영구히 격리하는 작업이다. 월성 원전을 제외한 나머지 경수로 원전 임시저장시설 예상포화 시기는 △한빛 원전 2026년 △고리 원전 2027년 △한울 원전 2028년 △신월성 원전 2039년 △새울 원전 2060년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국내 모든 원전 포화율은 90.8%다.
당초 정부 계획대로라면 원전 외부에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하는 중간저장시설은 2035년·영구처분시설은 2053년까지 마련돼야 한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가 모든 계획을 재검토하기로 하면서 공론화 작업이 언제 끝날지 여부도 가늠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세계에 원전을 운영하는 31개국 중 중간저장시설을 보유한 국가는 22개국이며, 핀란드·스웨덴 등은 이미 영구처분시설 구축에 나섰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는 1980년대부터 수십 년째 관련 정책 수립조차 매듭짓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원안위 결정은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라며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를 통해 국민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관리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