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상승 불쏘시개…'호르무즈 해협'에 쏠린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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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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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정유·화학 업계가 한 풀 꺾인 국제 유가 상승세에도 불구, 중동 불안 뇌관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조선·해운 업계도 영향권에 들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뉴욕상업거래소(NYMEX) 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장중 배럴 당 59.70달러를 기록했다. 시초가 59.99달러 대비 하락 안정화됐다. 미국과 이란 대치가 고조됐던 6일 63.27달러 대비로는 나흘 새 5.6% 급락했다.

북해산 브렌트유 상승세도 둔화됐다. 장중 배럴당 65.78달러를 기록, 전 거래일 종가 65.88달러 대비 등락폭이 제한됐다. 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 우려가 평화롭게 해결될 가능성이 높아진 영향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대이란 경제 제재에 나서지만 군사력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만 국제 유가 상승 불씨는 남아 있다. 이란이 호르무즈해협 봉쇄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곳은 아라비아반도에 위치한 이란과 이라크, 쿠웨이트,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등 주요 산유국에서 생산된 원유가 세계로 뻗어나가는 관문이다.

세계 석유기업 BP가 발표한 2018년 세계 에너지 통계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중동 석유 생산량은 3159만7000 배럴로 세계 생산량 대비 34.1%에 이르렀다. 매장돼 있는 석유는 세계 매장량 대비 47.6%(8077억 배럴)에 달한다.

국내 산업계 셈법은 빨라졌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국제 유가가 상승할 경우 연쇄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정유와 석유화학 업계 우려가 가장 크다. SK에너지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국내 정유 4사는 원유 70%를 중동에서 수입한다. 국제 유가가 가파르게 오르면 정유 수요가 줄어 정제 마진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정유사로부터 석유화학제품 원료인 납사와 콘덴세이트를 조달받는 석유화학업체들은 수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롯데케미칼과 SK종합화학, LG화학, 금호석유화학 등은 국내 정유사 뿐 아니라 중동에서 원료를 일부 납품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원유를 못 갖고 오지 않겠느냐”며 “납사 공급이 원활하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선·해운 업계는 긍정과 부정 영향이 상존한다. 해운업은 선박 전쟁보험료, 용선료 등 지출과 수익원 운임이 늘어날 수 있다. 지난 6일 기준 중동-중국 항로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운임은 월드스케일(WS) 145를 기록, 약 11만3000달러까지 올랐다. 이는 VLCC 손익 분기점 약 3만 달러 대비 3.8배 수준이다.

반면에 용선료 상승은 선주의 선박 발주를 압박, 조선소 수혜로 이어진다. 추가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수준에 이르면 해양플랜트와 드릴십(원유 시추선) 발주가 늘어날 수 있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국제 유가가 큰 폭 오를 가능성은 낮아진 것 같다”며 “다만 전·후방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모르기 때문에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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