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명의 사이버펀치]<145>어려울 때 뒤돌아보는 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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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가 움츠리는 이유는 더 멀리 뛰기 위함이다.” 사업에 어려움을 겪는 친구가 희망을 머금으며 중얼거린다. 매출은 연일 하강세지만 내일의 꿈이 있어 한 해를 버틸 수 있었다. 그 꿈은 어려움이 극에 이른 어느 날 자신을 뒤돌아보고 얻은 선물이다.

한 걸음 앞으로 내디디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가끔은 스스로를 돌아보는 여유도 필요하다. 열차 목적지, 승객 만족도, 고장 상태 등을 확인하기 위해 열차를 멈추는 이치다. 경제, 외교, 정치, 교육 등 여러 분야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도 난관을 타개하기 위해 움츠릴 때다. 경제 성장 동력이 되고 사회 변화 실마리가 되는 과학기술과 사이버 사회 점검이 요구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가 연구개발(R&D)에 20조원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 현재 26위인 우리나라 인공지능(AI) 수준을 높여 AI 강국으로 발돋움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학마다 AI 관련 과목을 개설하고, 교육부는 초·중·고 교과서에 담을 AI 콘텐츠 개발을 시작했다. 반가운 일이지만 혹시 간과하고 지나가는 부분은 없는 지 돌아보는 지혜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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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원천 기술과 AI 전문 인력 확보를 위한 코어 AI 육성과 의료, 국방, 환경, 농업 등 다양한 시장에 AI를 접목하는 응용AI 확대 균형을 살펴야 한다. 사실상 두 가지 모두 부족한 우리나라는 어느 것 하나도 포기할 수 없다. 극단에 버금가는 투자만이 생존 방식이다.

그러나 AI에 치중해 다른 기술이 부실하면 모래 위에 집을 짓는 격이다. 소프트웨어(SW) 창작과 구현 능력, 시스템과 통신 프로토콜 이해도, 운용체계(OS), 데이터베이스(DB) 기초 이론과 운영기술 등 정보통신 분야에도 포기할 수 없는 다양한 분야가 있기 때문이다. 이미 대학에서는 프로그래밍언어나 소프트웨어공학과 같은 필수 과목의 전문가 영입에 한계를 느끼고 있다. 학생 80% 이상이 AI를 전공하겠다고 나서는 것도 정상은 아니다.

산업화에 지쳐 인간성이 상실될 때 회자되던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외침이 지능정보화사회에서 “아날로그로 회귀하자”로 바뀌어 되살아나고 있다. 지능정보화가 사이버 사회를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왜곡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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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걸을 때나 식사 중에, 심지어 애인과 데이트하고 있을 때도 스마트폰에 몰입된 현대인들이 꽤 자연스럽다. 혼밥·혼술에 익숙해져서 반려견이 유일한 친구가 되고, 게임이 24시간 동반자인 청소년과 스마트폰에 열린 웹툰을 안고 자는 아이들이 방치되고 있다. 단순한 스마트폰 중독을 넘어 소통 단절 사회로 추락하고 있다. 오죽하면 교황까지 나서서 가족 소통을 위해 식사시간에 핸드폰을 멀리하자고 호소했을까? 소통 실종은 상호 이해의 폭을 좁히고 사회 분열의 원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 늦기 전에 수습해야 한다. 법으로 게임을 금지하고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는 법을 만든다고 해결되는 일은 절대 아니다.

누군가는 변화를 선도하고 문제 해법을 계속 제시해야 한다. 국민은 정부가 그 일을 감당하기 희망하지만 신뢰의 틀이 약해서 걱정이다. 적어도 R&D와 사이버 사회 구축에 관한 한 정부와 국민이 상호 신뢰의 장을 만들고 어깨동무하는 모습을 기대한다. 개발도상국마저도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 글로벌 세계에서 성공하려면 소통하고 협력하는 환경이 필수다. 4차 산업혁명 성공 여건인 지능화와 초연결 사회를 선도하기 위해 정부와 국민이 한발 물러서서 오늘을 바라보는 한 해를 기대한다.

정태명 성균관대학교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