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자업계는 전반적으로 실적 부진에 빠지며 어려움을 겪었다. 글로벌 경기 침체, 불안한 국제 정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고, 내수 시장 수요도 부진했다. 이런 가운데서도 전기레인지, 의류관리기, 식기세척기 등 신가전은 높은 성장률을 보이며 가능성을 보였다. '소유보다 사용'에 가치를 두는 소비자가 늘면서 렌털시장이 고속 성장을 이어간 것도 희망적인 부분이다.
◇삼성-LG, 실적 부진
올해 국내 대표 전자업체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실적이 부진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영업이익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LG전자도 3년간 이어오던 성장세가 잠시 주춤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진이 가장 크게 작용했고,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 부진 여파가 컸다.
국내외 경기와 정세도 전자산업에 악재로 작용했다. 미중 무역분쟁이 지속되고, 중동의 불안한 정세 등으로 환율과 유가가 요동쳤다. 수출 산업에는 악재였다. 세계 경기가 둔화된 것도 마이너스 요인이었다.
외부 악재 속에서도 국내 가전산업의 경쟁력은 돋보였다. LG전자는 상반기에 세계 가전업체 중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독보적인 1위를 달리던 월풀을 제치고 마침내 1위에 올라섰다.
삼성전자 역시 프리미엄 가전 시장에서 선전하며, 북미 생활가전 시장 1위에 오르는 등 성과를 냈다.
하지만 TV 시장에서는 양사가 8K TV 기술 논쟁을 벌였고, 상호 비방전으로 비화되는 등 논란도 있었다.
◇신가전 인기 지속
새로운 가전이 등장해 인기를 끄는 '신가전 열풍'이 올해도 이어졌다. 신가전이 소비자에게 새로운 혜택과 편리함을 주면서 인기를 끈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급성장한 가전은 식기세척기, 전기레인지, 의류관리기, 가정용 뷰티기기 등이다. 실제로 전자랜드 판매 데이터를 보면 올해 11월까지 식기세척기 256%, 전기레인지 135%, 뷰티기기 71%, 의류관리기 60%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가전 인기 비결 중 하나는 기술 진화에 있다. 이들 제품은 기존에도 있었지만,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술이 한 단계 진화하며 소비자 선택을 받게 됐다. 식기세척기는 세척력과 살균력 등이 향상됐고, 전기레인지는 가스레인지를 넘어서는 화력에 친환경이라는 장점이 더해졌다.
◇렌털시장 고속 성장
최근 급성장해온 렌털시장은 올해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소유에 가치를 두기보다는 사용에 가치를 두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렌털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렌털로 제공하는 가전 제품 종류도 꾸준히 늘고 있다.
올해 국내 렌털 계정 수는 1200만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 4명 당 1개꼴로 렌털 제품을 사용하는 셈이다. 렌털사업을 하는 중견가전 업체들의 실적도 상승했다.
시장이 성장하는 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웅진코웨이가 단연 1위지만, 2위권에서는 SK매직과 LG전자가 경쟁한다. 청호나이스, 교원, 쿠쿠 등도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시장을 키우고 있다.
업계 1위 웅진코웨이는 올해 웅진그룹이 인수를 완료했으나, 넷마블에 재매각 절차를 진행 중이어서 향후 시장 판도 변화도 주목된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