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23일 밤 12월 임시국회 본회의를 가까스로 개의했다. 25일 자정까지 임시회를 끝마친다. 국회 선진화법상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공직선거법 개정안도 상정됐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로 선거법 처리를 지연시켰다.
그러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등은 26일 새로운 임시회 소집을 신청, 26일에는 선거법 개정안이 처리될 전망이다. 필리버스터 신청 안건은 신청 회기가 끝난 뒤 다음 회기에선 지체 없이 표결에 붙여진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23일 오후 8시께 제372회 국회(임시회) 의사일정 등을 안건으로 한 본회의를 개의했다. 1번 안건은 임시국회 회기의 건이었고, 2번부터 26번까진 내년도 정부예산 부수법안이었다.
한국당은 임시국회 강행을 막는다며 회기결정의 건과 선거법, 공수처법 등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 예산 부수법안에는 모두 수정안 제출했다.
하지만 문 의장은 한국당이 신청한 회기결정의 건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민주당과 바른미래당(당권파), 정의당, 민주평화당, 대안정치연대 등 이른바 '4+1' 협의체는 이번 임시국회 회기를 25일까지로 정하는 회기결정의 건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오후 9시40분께는 문 의장이 예산 부수법안을 대신해 선거법 개정안을 기습적으로 상정했다. 선거법은 27번째 상정 법안이었지만, 상정 순서를 뒤바꾼 것이다. 한국당이 즉각 반발했지만 본회의에 상정됐다. 문 의장은 “의사일정 변경 동의 요청이 있었다”면서 표결을 진행했다. 표결 후에는 “가결됐으므로 27항 공직선거법 일부 개정안을 상정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후 4+1은 내년 4·15 총선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 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 수정안에 합의했다. 지역구 253석과 비례대표 47석을 현행대로 유지하면서, 비례대표 30석(의석수 상한선·캡)에 대해서만 정당득표에 연동해 의석을 배분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연동률 50%)다.
4+1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 검경수사권 조정 등 나머지 패스트트랙 법안 수정안도 합의했다. 공수처법에선 기소심의위원회를 두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법이 상정되자 한국당은 밤 9시49분께 첫 필리버스터를 시작했다. 주호영 의원이 나섰다. 본회의는 필리버스터 종료가 선포될 때까지 계속된다. 의원들은 1인당 1회에 한해 토론에 참여할 수 있다.
민주당과 정의당, 바른미래당(비당권파)도 무제한 토론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선거법에 대한 찬성 토론, 바른미래당은 반대 토론이다.
주 의원 이후로는 김종민 민주당 의원, 권선동 한국당 의원, 최인호 민주당 의원 등의 순으로 필리버스터가 진행 예정이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26일 새로운 임시회 소집을 요구했다. 국회법상 필리버스터를 진행한 안건은 다음 회기에선 지체없이 표결에 붙여진다. 26일 선거법 표결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민주당은 이후 공수처법 등 사법개혁, 유치원 3법 등 나머지 패스트트랙 법안도 일명 '끊어치기' 임시회로 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지연책을 무력화한다는 방침이다. 국회법상 임시회 소집은 3일전에 해야 한다.
현재 국회 본회의에는 선거법 외 공수처법, 검경수사권 조정 관련 형사소송법개정안 및 검찰청법 개정안, 유치원 3법인 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 등 모두 6건의 패스트트랙 법안이 부의돼 상정을 앞둔 상태다.
앞으로 21일간, 적어도 새해 1월 중순까진 이 같은 국회 진통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데이터 3법과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 등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 처리 등은 지연이 불가피한 상태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