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가 차세대 기술로 양산을 준비하는 '퀀텀닷(QD) 디스플레이'에 원익IPS의 화학기상증착(CVD) 장비를 적용키로 했다가 기존 강자인 미국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장비를 사용키로 잠정 결정했다. 원익IPS는 새롭게 CVD 시장으로 발을 넓히기 위해 수년간 연구개발하며 기회를 노렸지만, 첫 진입 기회를 놓치게 됐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QD디스플레이 설비 투자 발주를 앞두고 주요 전공정 중 하나인 박막형성용 CVD 장비 공급사를 원익IPS에서 기존 강자인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로 교체하기로 잠정 결정했다. 최근 삼성디스플레이 주요 임원들이 어플라이드 본사를 방문해 CVD 장비 공급을 논의하기도 했다.
당초 삼성디스플레이는 CVD 장비 공급 이원화를 위해 원익IPS와 협력해왔다. 공급망 이원화를 준비해온 공정은 유기물을 수분과 산소에서 보호하기 위해 얇은 두께 유기막과 무기막을 교차해 형성하는 박막봉지(TFE) 공정이다. 어플라이드 CVD 장비는 무기막을 형성하는 역할이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는 6세대 OLED 생산 라인에서 전량 어플라이드 CVD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새롭게 도전하는 8세대 QD디스플레이에서는 변화를 노렸다. 핵심 협력사 중 하나인 원익IPS가 QD디스플레이 연구개발 과정에 참여해 어플라이드를 대체할 수 있는 장비 개발에 매진했다.
올 하반기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원익IPS 장비 품질과 성능을 테스트하며 양산 적용 가능성을 저울질했다. 초반부터 삼성디스플레이와 원익IPS가 협력한 만큼 원익IPS가 별 문제없이 이 분야에 진입할 것으로 관측돼왔다. 특히 올 하반기 일본의 수출 규제 문제가 불거지면서 단일 제조사에 의존하는 공정 장비를 이원화할 필요성이 더 커진 것도 원익IPS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그러나 최근 삼성디스플레이 내부 기류가 급변하면서 다시 어플라이드로 무게중심이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어플라이드가 워낙 오랫동안 삼성디스플레이의 해당 공정을 독점해왔고, 삼성은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와 단가 조정 등을 원했기에 원익IPS가 QD디스플레이 투자에 참여하는 것이 거의 확실시됐던 것이 사실”이라며 “원익IPS가 처음 시도하는 만큼 장비 성능이 안정적으로 성능을 충족하지 못하는 문제도 일부 있었고 어플라이드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는 현실도 작용한 것 같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아직 정식발주(PO)가 시작하지 않았지만 사전에 발주사가 장비 공급사에 구매 의향을 구두로 전한다”며 “이미 어플라이드가 구매 의사를 전달받았고 원익IPS가 마지막 가능성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