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끄는 2기 경제팀이 올해에 초라한 경제성적표를 받아들였다. 금년도 성장률 목표치를 2.6~2.7%로 제시했지만 2.0% 달성도 벅찬 상황이다.
◇2% 그친 경제성장…새해 투자 물꼬 총력
1년 전 성과를 강조하며 민간 경제를 살리겠다는 홍 부총리의 취임사가 무색해졌다. 취임 당시 그는 구조개혁을 통한 경제활력 제고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혁신 성장에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경제운용 종합 성과인 경제성장률은 올해 2%에 미치지 못할 공산이 크다.
2%대 미만 성장률은 석유파동이 닥친 1980년(-1.7%), 외환위기 때인 1998년(-5.5%),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0.7%) 제외하고는 처음이다.
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 대비 0.97% 정도 증가하면 성장률 2%를 달성하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경제 버팀목인 수출이 지난달까지 작년 12월 이래 12개월 연속 줄었다. 올해 연간 수출실적의 두 자릿수 감소가 확실해졌다.
정부는 수출 감소세를 두고 미·중 무역분쟁과 세계 경기 침체, 일본 수출규제 등 대외여건 악화를 요인으로 지목했다.
올해 정부는 고용지표가 개선됐다고 하지만 세금 풀어 만든 공공일자리가 늘어난 것 말고는 실속이 없다는 '외화내빈(外化內貧)'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취업자 수가 최근 3개월 연속 30만명 이상 증가했고, 10월 고용률(61.7%)은 23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하지만 경제 허리인 40대 취업자는 1년 전에 비해 15만명 감소했고, 경제 중추인 제조업 일자리도 19개월 연속 감소세다.
물가지표도 온전치 않다. 소비자물가지수의 전년대비 상승률은 올해 들어 1월부터 11월까지 11개월째 0%대에 머무르고 있다.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65년 이후 최장기간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을 들어 사실상 디플레이션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라고 진단한다.
또 올해 홍 부총리는 경제정책에 있어 부처 간 의견을 조율하는 경제 컨트롤타워 역할에 매진했지만 청와대, 정당 그리고 타 부처 정책을 조정하는 역할에 그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홍 부총리는 그동안 100여 차례 장관급 회의를 열고 현안을 조율했다. 기업 및 소상공인 등과 소통하기 위한 현장 방문도 30여 차례였다.
그러나 국토교통부가 밀어붙인 민간아파트 분양가상한제, '타다' 같은 공유경제가 국회의 금지법으로 무산되는 과정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해 리더십 부재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한편 정부는 새해에는 투자활성화를 최우선 대책으로 민간(기업), 민자, 공공 3대 분야에서 100조원 투자를 끌어내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러한 대규모 투자가 현실화되면 정부가 제시한 내년도 2.4%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달성하는 데 있어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10월이 수출 경기 저점이라고 판단하면서 내년 1분기에는 플러스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선박·자동차·석유제품 등 수급이 개선되고 미중 무역분쟁 완화 가능성 등으로 긍정적인 지표가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현장 목소리는 정반대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206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64.6%가 경기를 '장기형 불황'으로 진단했다. 기업이 예상한 내년 경제성장률도 평균 1.9%였다. 경영계획 기조는 47.4%가 '긴축'이고, 34.1%가 '현상 유지'다.
경제계는 급변하는 글로벌 무역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경제운용에 있어 낙관론을 늘어놓아선 안 된다고 우려한다.
◇장관 리더십에 중앙부처 위상 세운 중기부…중소기업 경기 전망는 여전히 냉랭
중소기업 분야는 중소벤처기업부 출범 3년차에 접어들어서야 제대로 정책적 방향성을 확립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7년 중소기업청에서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 이후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의 사회적 갈등으로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중기부의 각종 정책은 올해 들어서야 기틀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특히 박영선 장관 취임 이후 창업 활성화, 벤처기업 육성, 스마트 공장·스마트 서비스·스마트 상점 등 우리 경제에 혁신의 숨결을 불어넣기 위한 다양한 정책은 새해 정부 경제정책방향에 주요 과제로 담기는 등 '중소·벤처기업 중심 경제구조'로 전환을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가장 주목할 만한 성과는 창업·벤처분야다. 박 장관은 지난 11월 “제2 벤처붐이 왔다”고 선언할 정도로 창업과 벤처투자 등 여러 영역에서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10월 기준 신규 벤처투자액은 사상 최대인 3조5249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정부가 제2 벤처붐의 척도로 삼고 있는 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기업을 의미하는 '유니콘' 수도 지난해 7개에서 올해 11개로 늘었다.
박 장관 취임 이후 시작된 '자상한 기업' 발굴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전자와 포스코는 스마트공장을 미거래기업에 지원했고, 포스코·신한금융그룹·우리은행·하나은행 등은 신산업 창업·벤처기업을 위한 벤처펀드를 조성하는 등 대기업이 자발적으로 상생협력에 나서는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평가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관계를 단순히 '갑-을' 관계가 아니라 협업하는 파트너로 인식할 수 있는 기반을 닦았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스타트업 육성과 투자에 대한 필요성을 널리 알렸다는 것 역시 주된 성과로 꼽힌다.
이 밖에도 중소기업 간 공동사업에 담합 적용을 배제하는 중소기업협동조합법을 개정하고, 중소기업 간 공동 연구·개발(R&D), 공동 구·판매 등 중소기업협동조합을 통한 공동사업 활성화 기반을 마련했다. 중소기업 R&D 지원방안 혁신을 위한 종합 대책도 마련했다.
이처럼 다양한 정책을 내놨지만 쉽사리 벗어날 줄 모르는 경기 부진은 중기부가 풀어야 할 과제다. 실제 중소기업중앙회가 집계한 중소기업계의 새해 경기전망은 2014년 집계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73%에 이르는 중소기업인이 새해 정부가 최우선 과제로 추진해야 할 경제정책을 내수활성화 정책으로 꼽을 정도로 체감 경기는 좋지 않다.
정책자금의 효율적 집행 역시도 당면과제다. 박 장관 리더십으로 중기부는 중앙부처의 위상을 갖췄지만 정작 산하 공공기관은 여전히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특히 부 승격 이후 급격하게 증가한 예산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집행·배분하느냐가 중요하다는 평가다.
유재희기자 ryuj@etnews.com,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