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국회의장이 18일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다음주 중국에서 열릴 한일 정상회담에서 경색된 한일관계를 풀어낼 마중물이 될지 주목된다.
문 의장은 이날 '기억·화해·미래재단법안'과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기억·화해·미래재단법안'은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 관련, 재단을 설립해 한일기업 및 국민의 자발적 기부금으로 조성한 기금에서 위자료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2018년 말 대법원 판결에 따라 이미 집행력이 생긴 국외강제동원 피해자들과 재판에서 승소가 예상되는 피해자 및 그 유족에게 위자료를 지급할 목적으로 특수 재단(기억·화해·미래재단)을 설립한다. 양국 기업과 개인 등의 자발적 기부금을 재원으로 조성한 기금(기억화해미래기금)에서 위자료를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화해치유재단 잔액 60억원과 관련된 내용은 이 법안에서 별도로 규정하지 않았다.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조사지원위원회를 부활시켜 진상조사 및 위로금 지급을 보완하는 내용이다.
2015년 말까지 활동했던 조사지원위원회를 다시 구성하고 일제 강제동원피해에 대한 진상조사 및 위로금 등의 지급과 관련해 종래 미진했던 부분을 보완·마무리하도록 하려는 목적이다.
문 의장은 이같은 법안을 외교부와 청와대에 전달, 이달 말 예정된 한일정상회담에서 논의되길 바라고 있다. 문 의장은 “현재 교착상태에 빠져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한일 양국관계가 과거를 직시하는 동시에 미래를 지향하는 관계로 나아가도록 (이 법안이) 마중물의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법안 제안이유에서는 “(이 법안은) 1998년 10월 대한민국 김대중 대통령과 일본의 오부치 게이조 총리가 함께 선언했던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 선언) 중 '금세기의 한·일 양국 관계를 돌이켜보고, 일본이 과거 한때 식민지 지배로 인해 한국 국민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안겨주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이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하였다'는 일본 정부의 반성·사죄의 뜻을 재확인하는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국회의장실은 문 의장 구상을 법안에 담기 위해 다양한 의견수렴 절차를 거쳤다고 강조했다. 이날도 시민사회단체가 현역 국회의원 전원에게 해당 법안 반대를 촉구하는 팩스 서한을 발송하는 등 강하게 반발한 것에 대한 반박이다.
시민사회단체는 “문 의장 법안은 강제동원 피해자 인권을 짓밟고 일본에 전쟁범죄 면죄부를 주는 법안”이라며 “박근혜 정부의 위안부 합의보다 더 나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근로정신대 피해 당사자인 양금덕 할머니는 “나는 거지가 아니다. 우리나라를 무시하는 식으로 그렇게는 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서한에 담기도 했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법안을 준비하며 많은 분들이 '피해자 중심' 지원 방안이면서 한일 갈등을 푸는 가장 현실적이고 실현가능한 방안이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고, 문 의장은 이런 의견들을 최대한 수렴하여 장시간에 걸쳐 법안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