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 2020'에 우리나라 산업기술 담당 부처 장관 3명이 참석을 검토하고 있다.
확정되면 정부 부처 장관의 CES 참가는 진대제 전 장관 이후 16년 만이다. 한꺼번에 3개 부처 수장이 방문하는 것은 더더욱 이례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CES에 참가한다.
18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CES 2020을 방문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CES 방문 일정을 짜고 있다”면서 “내년 초 부처별 업무보고 일정이 변수이지만 일정만 피할 수 있으면 가능한 한 CES에 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장관들과 별도로 박원순 서울시장도 서울시가 육성하는 스타트업 25개 업체와 함께 CES에 참가한다.
미국에서 열리는 전시회인 만큼 정부 부처 장관의 CES 방문 사례는 거의 없었다. 지난 2004년 진대제 당시 정보통신부 장관의 방문이 마지막이다.
산업과 기술 분야를 담당하는 3개 부처 장관의 CES 방문에 대해 업계는 기술 및 산업에 관심을 보여 준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혁신 기업이 모인 현장을 직접 살펴보면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이런 것이 정부 정책에 반영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CES 2020에는 전 세계 약 4500개 혁신 기업들이 참가해 최신 기술 및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사물인터넷(IoT), 5세대(5G) 이동통신, 자율주행차, 로봇 등 최첨단 기술이 등장한다. 플라잉카 등 현실에서 보기 어려운 기술도 대거 선보인다. 또 CES가 열리는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일반 도로에서 자율주행차가 운행되고, 곳곳에서 드론이 날아다니는 등 혁신 분위기를 체감할 수 있다.
그러나 부처 장관들이 현지에서 각자 간담회 행사를 준비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현재 산업부, 과기정통부, 중기부가 각자 현지 간담회를 준비하고 있다. 장관 행사 참석 대상도 C레벨급으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CES 기간 기업인들은 전 세계에서 온 파트너사들과 시간을 쪼개 가며 미팅 시간을 보낸다. 특히 C레벨급 인사는 저녁 자리를 여러 번 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이런 상황에서 갑작스런 정부 부처 간담회가 생기면 일정 조율에 어려움이 생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부처 장관들이 CES를 방문하는 것은 산업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여서 기대가 된다”면서도 “다만 CES 기간에 간담회를 각자 개최하고 사장급 고위 임원 참석을 요청하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이 관계자는 “간담회를 한다면 CES 일정을 마친 뒤 국내에서 하는 것도 대안”이라고 제안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