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국회의장은 16일 제372회 국회(임시회) 본회의를 개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여야 대치 상황 속 '4+1' 협의체 역시 공직선거법 등 국회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 법안에 대한 단일안을 도출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문 의장은 이날 오후 2시 예정됐던 임시국회 본회의를 개의하지 않는다고 한민수 국회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한 대변인은 “(문 의장은)오늘 본회의가 원만히 진행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 개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정했다”면서 “여야 정치권은 조속한 시일 내 공직선거법을 비롯한 신속처리안건에 대해 합의해달라고 촉구했다”고 말했다.
문 의장은 이날 오전부터 교섭단체 원내대표간 회동을 주재키로 했으나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헌정 사상 유례없는 쪼기기 국회를 열겠다는 민주당 편을 드는 국회의장을 만날 이유가 없다”며 참석을 거부했다.
문 의장은 당초 여야 원내 지도부간 협의를 촉구하며 오후 2시 본회의 개의를 예고한 상태였다. 그러나 이날도 여야 지도부간 협의가 진행되지 않았고, 4+1 협의체 역시 단일안 도출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본회의 개의를 강행하지 않은 것으로 읽힌다.
국회 관계자는 “(문 의장은)여전히 여야 간 협의로 인한 정상적인 임시국회 일정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선거법 등 패스트트랙 법안도 표결이 가능하다면 언제든지 본회의를 열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과 바른미래당(당권파), 정의당, 민주평화당, 대인정치연대로 이뤄진 4+1 협의체도 선거법 등 패스트트랙 법안 세부내용 조율에 난항을 겪었다.
민주당은 정의당 등이 주장하는 석패율제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선거법 등은)4월 패스트트랙에 올린 원안으로 돌아가기로 했다”며 “석패율 제도는 중진 재석용으로 악용될 수 있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정의당은 민주당이 선거법 협상을 준연동제에서 준준연동제로 선거제 개혁을 후퇴시키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심상정 대표는 “(선거제) 개혁이 성과를 거둘지, 아니면 기득권 앞에 좌초될지는 오직 집권여당인 민주당 손에 달렸다”면서 “민주당은 한국당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개혁을 시작했던 바로 그 자리로 돌아오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진보측 인사와 보수측 지지세력은 각각 국회에서 공직선거법 개정을 둘러싸고 '개정촉구' '개정반대'를 주장했다.
정의당을 중심으로 한 청년 정치인 268명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21대 총선 모든 지역구와 비례대표 분야에 2030 청년들이 최소 30% 이상 당선 가능권 안에 공천 받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보수 지지세력은 '선거법을 막자'는 구호를 외치며 국회로 진입, 문 의장과 정부여당을 비판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 과정에서 국회 본청 진입을 막는 경찰 및 국회 경호인력과 충돌을 빚기도 했다.
국회 관계자는 “오늘 특정세력 지지자가 국회를 유린하다시피 했다.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될 일이 벌어졌다”고 개탄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