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가 웨이브(DSRC) 용도인 5.9㎓ 대역 75㎒ 폭 용도변경을 결정했다.
자율주행 통신 기술을 둘러싸고 이동통신 기반 차량사물통신(C-V2X)과 경쟁하던 웨이브 진영엔 타격이 불가피하다. 우리나라 자율주행 통신기술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FCC는 투표를 통해 5명 위원 만장일치로 5.9㎓ 대역 용도변경을 결정했다. 5.9㎓ 대역은 20년 전인 1999년 웨이브 용도로 분배한 5.850~5.925㎓ 75㎒ 폭이다.
FCC가 지난달 발표한 규칙제정공고(NPRM, Notice of Proposed Rulemaking)에 따르면 75㎒폭 중 하위 45㎒ 폭은 와이파이 등 비면허대역 서비스 용도로 분배할 계획이다.
상위 20㎒ 폭은 C-V2X에 분배하고 중간 10㎒ 폭은 상황에 따라 C-V2X와 웨이브 중 용도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FCC는 결정에 대해 60일간 의견을 수렴·답변 과정을 거쳐 제도를 시행한다.
외신은 “웨이브는 오랫동안 확산이 더뎠고 결국 새로운 기술에 의해 추월 당했다”고 FCC 결정 의미를 해석했다.
웨이브 진영에는 날벼락이다. 10㎒ 폭을 분배받더라도 차세대 표준에서 기본 20㎒폭을 사용하도록 돼 있어 사실상 사용이 어렵다. 다른 대역에서 주파수를 찾지 못하면 시장에서 사장될 수밖에 없다.
C-V2X 진영 역시 만족할 수 없는 결정이다. FCC가 20㎒ 폭을 C-V2X 용도로 우선 분배하려는 것은 지난해 5G자동차연합(5GAA) 등이 LTE-V2X 용도로 20㎒ 폭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용량 데이터가 오가는 5G-V2X에는 40~50㎒ 폭 주파수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 주장이다. 10㎒ 폭을 추가 분배받아 30㎒ 폭을 확보하더라도 5G-V2X 상용화에는 부족하다는 의미다. 추가 주파수 확보를 위한 통신 진영 의견 개진이 예상된다.
FCC 결정은 국내 자율주행 통신 기술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역시 자율주행 통신 기술 관련, 웨이브와 C-V2X 진영 간 공방이 치열하다.
주파수는 5.855~5.925㎓ 70㎒ 폭을 기술 중립 지역으로 지정해둔 상태다. 기술 개발을 먼저 시작한 웨이브 진영이 일부 채널을 실증 사업에 사용 중이다.
미국이 웨이브 주파수를 축소하고 C-V2X에 상위 20㎒ 또는 30㎒ 폭을 분배한다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미국처럼 C-V2X 주파수를 20㎒ 또는 30㎒ 폭 이내로 제한해야 할지, 통신 진영 주장대로 40㎒ 폭 이상을 분배해야 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웨이브 주파수 역시 미국처럼 10㎒ 폭 이하로 제한해야 할지도 고민거리다.
통신사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5.9㎓ 상당 부분을 와이파이 등 비면허대역에 분배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은 미국과는 상황이 다르다”면서 “국제 주파수 조화를 이루면서 국내 산업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합리적 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자율주행 통신 기술 결정을 위해 '범정부 V2X 공동연구반'을 운영 중이다. FCC 결정 등을 포함해 상호 의견을 논의하는 회의가 내년 초 있을 예정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5G+ 스펙트럼 플랜'에서 2021년까지 5.9㎓ 대역 통신 방식을 결정한다고 밝혔다.
〈표〉FCC 5.9㎓ 용도변경 내용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