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엠더블유(KMW)가 내년 매출 1조원을 돌파한다. 대기업을 제외하고 국내 중견 통신장비기업이 '1조클럽' 신화를 쓰는 첫 사례다. 수주절벽 보릿고개를 연구개발(R&D) 투자로 극복한 역발상과 세계 최초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화가 맞물려 이뤄낸 쾌거로 평가된다. 반짝 실적으로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네트워크 장비 산업에 대한 체계적 지원이 절실하다.
8일 KMW(대표 김덕용)와 증권가에 따르면 KMW는 5G 통신장비 공급 계약이 급증하면서 2020년 연매출 1조원 돌파가 유력하다.
KMW 관계자는 “내년 중국, 일본 등 해외에서 5G 투자가 시작된다”면서 “신규 거래가 늘면서 매출이 올해보다 50%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3분기 누적 KMW 매출은 5955억원이며, 연간으로는 7500억원이 예상된다. 내년 매출은 이보다 50% 이상 증가한 1조1500억원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증권가는 예측했다. 예상 외 거래가 터지면서 매출이 최고 1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2018년 매출 2960억원에서 2년 만의 대반전이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네트워크 장비 기업 가운데 대기업을 제외하고 매출 1조원 달성은 처음”이라면서 “매출 1000억원도 어려운 국내에서 '전설' 같은 일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KMW는 이통 기지국 장비 전문 기업으로, 5G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대용량 다중입출력장치(MIMO)와 안테나, 필터 등을 직접 개발·생산한다. 회사는 단순 부품이 아닌 시스템을 납품하며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6월에는 노키아 공동기술개발 파트너 지위에 오르기도 했다. 적자를 보는 해에도 매출 10% 이상을 꾸준히 R&D에 투자한 결실이다.
KMW 매출 급증이 예상되는 이유는 각국 5G 투자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올해와 비슷한 수준의 투자를 이어 가는 데 이어 중국과 일본이 5G 경쟁에 가세한다. 중국은 새해 30만개 이상 5G 기지국을 구축할 계획이며, KMW는 ZTE 주요 파트너로 하여 중국 시장 진출 교두보를 확보했다. 도쿄올림픽을 앞둔 일본도 새해에 5G 투자를 시작한다. KMW는 후지쯔, 일본 노키아, 라쿠텐 등 다양한 거래처를 확보했다. 미국이 5G 투자에 뛰어든다는 점과 국내에서 5G 스탠드얼론(SA) 상용화가 예정된 점도 기지국 장비를 생산하는 KMW에 유리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통신장비 1조클럽 탄생에는 정부 통신인프라 선도 정책과 통신사업자의 적극 투자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KMW가 잇따른 해외 러브콜을 받은 것은 한국 내 5G 상용망 설치 경력이 도움으로 작용했다. 10년 이상 통신인프라 고도화에 집중한 결과 해외에서 한국 통신장비의 우수성을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KMW 사례가 '반짝 실적'으로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체계적 육성 전략이 절실하다. 통신 산업 특성상 새로운 세대가 나올 때는 투자가 몰리지만 이후 수년 간 투자 가뭄이 이어지면서 장비 업체가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다. KMW는 지난해 금융권으로부터 운영자금을 구하지 못해 공장 네 곳과 본사 건물을 매각하는 아픔을 겪었다.
김 연구원은 “한국 통신인프라와 장비 우수성이 해외에 알려지면서 KMW 외에도 수년 안에 1조클럽 가입 업체가 늘어날 것”이라면서 “통신을 내수산업으로 보지 말고 수출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MW 매출 추이
김용주기자 kyj@etnews.com